마흔이 될 때까지 대체 난 뭘 했던 걸까.
난 쓰레기였다.
뭐 그렇다고 사회에서 없어져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 뭐 이런 건 당연히 아니다.
내가 스스로 그런 표현을 하며 나를 깎아내리는 이유는 딱 하나다.
마흔이 되면서 생긴 목표가 이거였으니까.
"이제 다시는 무책임하게 잠수를 타지는 말자!"
끈기나 책임감 같은 꽤 괜찮은 남자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에겐 당연하다는 듯 없었다.
글을 쓴다는 핑계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돈벌이는 늘 아르바이트를 전전...
그것도 서른 후반까지 계속 그랬고, 그것도 몇 달 하다가 수틀리면 연락을 끊고 잠적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니 스스로 '쓰레기'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이었다.
난 글을 쓴다.
지금도 쓰고 있고 과거에도 썼고, 미래에도 아마 쓰고 있을 것 같다.
스물아홉 살 때였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드라마 작가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작법을 배우기 위해 산하 교육원에서 수강을 했
었다.
삼 년 정도를 투자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방송사 극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도 당장 뭔가 되는 것이 없는걸 보고서는
좀 일찍 포기를 했었다.
사실...
한해에도 두 기수씩 최종반의 수료생들이 열명 조금 넘게 배출되고 있었는데, 그들 최종반
수료생이라는 이유로 같이 수강하던 교육생들의 부러움을 받았었지만 공모전에는 대부분이 탈락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건 소설로의 전향이었다.
일 년 만에 한 권을 뚝딱 써내고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곧바로 계약을 하자고 메일이 왔을 때까지만 해도
내 작가로서의 삶은 그때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했다.
출간만 되면 '인세'라는 것이 제법 들어올 줄 알았으니까.
순진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암튼 그 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결국 '40'이라는 숫자 앞에서 난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글을 써서 먹고는 살 것 같은데 그게 당장 될 것 같지는 않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르바이트나 하며 시간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단순한 '돈벌이' 가 아니라, 이제 뭔가 직업다운 직업을 찾아보자고.
그때쯤 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내 나이 스물아홉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그 후로는 계속 아르바이트만 해왔으니...
쉽게 말하면 '경력단절' 남성이었던 셈이다.
가방끈이 긴 것도 아니고 배운 기술도 없다.
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뭔가를 '파는' 직업군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