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좋아하는 동네엄마

소소한 행복을 공유한다는 것

by 한박사

최근 급속히 친해진 동네 엄마가 있다. 우리 둘째네 어린이집의 학부모인, 젊은 새댁. 그 집의 첫째가 우리 둘째보다 어리니, 당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엄마다. “언니, 우리집에서 차 한 잔 하고 갈래요?”에서 시작된 그 엄마와의 친교는 어느 순간 내 삶에 소소한 행복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 엄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매우 순수하고 순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정이 많기도 하다는 것. 숨기는 것이 전혀 없었고, 어떤 계산을 하는 마음 같은 것도, 그녀의 나이를 고려해 보면 지나치게 없었다. 처음엔 그게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속 없다는 생각도 좀 들긴 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나는 그 엄마를 좋아하게 됐다.


그 엄마는 특히 친정엄마가 사랑이 많은 분이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은 퍼주기 좋아하는 친정아빠를 닮았다. ’정말 무해하고, 사람 좋은 가족들이구나!‘ 그녀에게 들은 가족 얘기에서 내린 결론이다. 아마 그녀의 남편도 그녀의 이런 면에 매료되어 결혼을 결심했을 거라고 본다.


사람을 좋아하니 시댁 식구들과도 잘 지낸다. 시아버지는 거의 매주 뵙는 것 같다. 늘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오시곤 하는데, 거기엔 시할머니의 텃밭에서 농사지은 농작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근데 그게 세 식구가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던지라 자주 보는 나에게 얼마간 나누어 주곤 했다. 그렇게 나는 그 엄마 덕분에 싱싱한 야채들을 이따금씩 먹는 호사를 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평소 쓰고 좋다고 생각한 물건들을 하나씩 써보라고 주거나, 아이들 먹기 좋은 음식이라고 역시 샘플처럼 하나씩 나누어 주곤 했다. 그래서 너무 잘 먹었다, 너무 좋더라, 후기를 말해주면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그런 선물들을 계속해서 주곤 했다.


물론 나 역시 일방적으로 받을 수만은 없으니 무언가를 보답하게 된다. 그래서 그집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 두고, 기회가 됐을 때 선물하곤 한다. 그렇게 여러 번 그런 주고받는 행위들이 반복되다 보니,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도 더 다채로워지는 듯하다. 단순히 우리 가족 안에서 느끼는 유대감을 넘어선 듯한 충만한 연대감이랄까.


내가 평소 나만 누리고 있던 일상의 도움 되는 팁이나 유용한 지식을 그녀에게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그녀의 삶도, 그녀의 가족도 더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그녀의 친절함과 다정함, 그리고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가 그렇게 여러 부문에서 그녀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보다 어린 그 엄마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사람을 향한 무한한 사랑은 결국 지복을 누리게 되는 핵심이라고. 다소 철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그녀에게 늘 좋은 것들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라는 시지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