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태양을 닮은 너
둘째는 일 년 중 가장 더운 이 시기에 태어났다. 녀석의 태몽은 열대어, 돌고래였는데 더운 날에 태어난 녀석한테 딱 맞는 상징의 동물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만큼은 강렬한 태양처럼 아주 강력하다는 것. 열대어처럼 예쁘장하기도 했지만, 돌고래처럼 팔딱거리기도 잘했던 우리 둘째는 엄마에겐 너무 어려운 아들이었다.
잘 안 먹는 첫째에 비하면 먹는 것만큼은 정말 잘했던 둘째. 하지만 잘 먹는 만큼 무거웠고, 늘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이 녀석은 지금도 첫째보다 더 많이 먹고, 체력도 훨씬 좋다. 그나마 세 돌 정도 되니, 밥태기도 오고 반찬 투정도 하면서 성장이 다소 지연되기는 한다. 그래도 말썽꾸러기이고, 종종 무모한 일에 힘을 써서 다치곤 한다.
둘째의 생일이 한창의 휴가 기간이다 보니 작년에는 글램핑도 갔었다. 그러나 내가 무더위에 탈이 나는 바람에 한동안 고생을 했다. 그래서 올해는 나름 계획을 짜서 집캉스를 하되,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재밌는 이벤트와 맛있는 집밥들로 채워주기로 했다. (물론 중간중간 외식도 했지만)
남편이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요리의 많은 부분들은 내가 담당해야 했다. 그렇게 김밥, 유부초밥, 골뱅이 무침, 미역국, 보쌈, 소세지 야채 볶음 등을 해 먹었다. 수제버거나 동파육 등을 사 먹기도 했다. 키즈카페, 워터파크, 재래시장 구경도 계획에 포함되었다. 아이들이 지루해할 땐 디즈니 플러스로 왕년의 인기물이었던 겨울왕국이나 토이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그럭저럭 집에서 무리하지 않는, 생일 주간이자 휴가 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기엔 어딜 가든 덥고 사람이 많다. 둘째가 하필 이런 때 태어나서 나 역시 산후 조리로 미역국을 먹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찬바람을 쐬면 안 된다는 옛말도 다 무시하고 에어컨을 온종일 켜놓고 해산달을 보냈었다. 그래선가? 나는 이후 여름에 가끔 몸이 아프고, 체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우리집에 둘째처럼 힘 좋은 상남자가 하나 생겨서 뭔가 든든한 건 있다. 잘 먹고, 핸섬한 거 빼곤 아직은 크게 장점이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둘째가 휴가 시즌에 태어나서 이 더운 날 이런저런 일을 벌여가며 더 스페셜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둘째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좀 더 차분하고 평범하게 이 무더운 시기를 지나쳤을 것 같다.
보통 아이의 생일은 두 돌까지는 잘 기억나지만 세 돌부터는 다소 기억이 흐려지는 것 같다. 첫째의 경우가 그랬다. (그의 세 살, 네 살 생일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 그래서 앞으로도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추억하려 한다.
“둘째야, 엄마의 이번 세 번째 생일 기획 어땠어? 집캉스지만 매일매일이 특별했지? 내년에도 좀 더 참신한 너의 생일 주간, 그리고 우리 가족 휴가 기간 계획해 볼게. 엄마의 미역국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마워! 물고기 태몽이라 그렇게 해조류를 좋아하는가 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