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생일
내일은 첫째의 생일이다. 첫째를 출산한 5년 전은 일요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토요일. 주말이라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지만, 환절기라 그런지 어쩐지 기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가 첫째의 돌을 넘기고 연말에 접어드는 어느 시점이었다. 둘째의 임신을 이미 어느 정도 예견했었던 때이기도 하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그런 예감 속에서 알코올과 카페인을 끊고 더없이 차분한 연말을 보내고 있었던 그때. 나는 막연히 나의 일상에서의 여러 상념들을 기록하고 싶다고 느꼈었다.
너무 순했던 우리 첫째 아들. 너무 순해서 동생을 일찍 갖게 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그래서 첫째에게 괜시리 미안했다. 늘 엄마 품에서 잠들던 첫째는 어느 순간 그 특권을 잃어버렸다. 할머니, 아빠의 품을 전전하면서 엄마는 네게서 조금 멀어진 것 같다. 엄마말이 맞지?
막내는, 동생이 생기기 전에는 영원히 막내이기 때문에 엄마 품을 독차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막내들이 애교가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수성으로 따지자면 첫째가 훨씬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첫째는 늘 엄마를 동생에게 양보하게 된다.
그런데 그거 알아? 엄마는 처음으로 엄마가 된 그때, 그러니까 첫째가 태어나던 날을 생애 그 어떤 날보다 행복하고 뜻깊은 날로 생각한다는 것을. 그 감동은 확실히 둘째 때보다 훨씬 강력하고, 벅차오르는 그런 게 있다. 나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이후 소논문을 쓰기도 했었다. 우리 첫째 아들 덕분에!
그리고 그거 알아? 이 브런치의 가장 귀한, 미래의 잠재적 독자는 바로 ‘우리 아가’들이라는 것. 엄마가 어떤 마음과 가정으로 너희들을 키웠는지를 언제든지 어디서나 읽어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따라서 브런치는 싸이월드처럼 절대 망하면 안 된다.) 그게 엄마가 줄 수 있는 큰 사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만약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간의 기억들이 좀 더 희미해지고 왜곡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막연히 힘들었지만, 그때 참 예뻤다는 생각 정도만 했을 것 같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그 말이 전부긴 하지만. 하여간 우리 아이들이 브런치 글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좀 더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첫째가 벌써 만 5세가 되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성장 과정에서 크게 아픈 적이 없고, 크게 사고를 친 적도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품을 너무 일찍 빼앗겼다는 것은 늘 미안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래도 엄마의 마음 어딘가에선 첫째와 어딘가 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까 이 녀석과는 확실히 결이 좀 맞다.
그래서 아마도 나중에 이 브런치 글들은 첫째가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감수성이 풍부하고, 차분하고 섬세하게 남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잘하니까.
5년 간의 엄마 생활은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솔직히 몸은 많이 힘들었었다. 하지만 그만큼 정신력은 강해진 것 같다. 삶을 더 폭넓은 시야에서 볼 줄 아는 성숙함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많이 경험하기도 했다. 어떤 시점에선 ‘나’라는 무언가가 많이 지워져 버린 것 같아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5년 전으론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로서의 삶이 얼마나 멋지고 다채로운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아니, 자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이것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고 종종 생각이 드니까.
우리 착한 첫째 아들은 이번 생일에도 선물로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무언가를 주고 싶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게 부모의 마음. 다른 건 몰라도 내일 다른 날보다 더 많이 웃게 해 줄게! 생일 축하해~ 나의 사랑하는 첫째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