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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30. 2024

둘째의 때 이른 감정이입

둘째의 매력

확실히 둘째는 뭐든지 좀 빠른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녀석의 발달 정도가 첫째보다 빠른 것인지, 그냥 엄마의 뇌피셜인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둘째는 첫째를 보면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18개월에 이른 아가들이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둘째를 보면 어느 정도는 그것이 가능한 것 같다.


어느 날 첫째가 무언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둘째가 와서 손으로 형아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그리고 첫째의 애착옷을 가져다준다. 부모는 자식이 울 때 그들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아가들은 그것이 자신을 달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것을 반대로 타인에게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첫째는 엄마가 둘째를 달래는 것을 보고, 둘째에게 똑같이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 역시 어느 순간 첫째에게 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한 술 더 떠 첫째가 애정하는 애착옷을 갖다줌으로써 그의 기분을 한결 더 누그러뜨리는 법도 파악했다. 둘째는 그런 모습은 참으로 귀엽고 대견스럽다. 우리집 막내가 이렇게 애늙이라니…!


첫째의 매력이 모든 것의 ‘처음‘이 주는 신선함이라면, 둘째의 매력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성숙함이다. 둘을 키우게 되면 이렇게 자식들의 상반되는 매력을 모두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모양이 상반되는 퍼즐 조각들이 서로 딱 맞춰지는 것처럼, 두 녀석들의 서로 다름이 ‘단짠’의 조화처럼 우리집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 역시 둘째였다. 그래서인지 좀 눈치도 빨랐던 것 같고, 언니가 무언가를 배울 때 옆에서 눈여겨보았기 때문인지 학습 속도도 빨랐던 것 같다. 아빠는 그런 나를 똘똘하다 생각하셔서 언니보다 더 편애해 하셨다. 첫째의 억울함, 피해의식은 여기서 시작되는지도…! 실제로는 언니 역시 (어쩌면 나보다 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첫째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그래서인지 종종 훈육의 시기가 늦어지거나 빈도수가 적기 마련이다. 첫정이 이래서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반면 둘째의 경우, 물론 예쁘기도 하지만, 어느 때에 훈육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 감이 생기게 된다. 또한 둘째는 첫째가 혼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행동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많다. 그래서 둘째가 더 눈치가 빠르고, 똘똘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여간 나 역시 우리 아빠처럼 둘째의 조숙함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긴 한 것 같다. 그렇게 빨리 철들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데 무엇보다 큰 행복은 두 아들이 벌써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떤 ‘사회성’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배워나간다는 점이다. 너희들도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구나! 그 모습이 너무 정겹고, 또 기특해서 이렇게 글로나마 그 감회들을 남겨 본다.


둘째야, 늘 형아에게 고마워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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