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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May 28. 2024

건강하실 때 자주 뵙자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사랑

사람이 나이가 들고 늙으면 더욱더 자식 생각이 나는가 보다. 몸이 나날이 쇠함을 느끼고, 사회에서도 제 역할이 거의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저물어 가는 인생의 단계에서는 무엇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를 알게 되는 건지도…


특히 시부모님의 건강이 많이 쇠하심을 느낀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자식, 손주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지난주는 친구 가족들과의 약속이 있어, 주말에 놀러 오라는 것을 못 갔다. 왠지 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이번 주말에 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물로 들어온 두견주를 같이 먹자고 한다. 칠십이 넘으면 자식 내외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게 큰 기다림이고 기쁨인가 보다.


아직 많이 늙어보진 못했지만, 사람의 젊음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인생의 찰나이다. 사실 백 살 인생이라 하더라도 삶이 유한한 것은 불멸의 진리이다. 그 유한한 삶에서 어떤 시기 동안은 팔팔해서 무슨 일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기가 생각보다 길지 않고, 점점 어떤 한계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술을 맛있는 음식들과 한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친정아버지도 점점 술에 약해지고, 갑자기 채소 반찬을 찾기 시작한다. 노화는 단순히 늙은 모습이 아니라 삶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고, 놓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점에서는 진수성찬, 고급호텔, 명품 등이 다 무슨 소용일까.


작년 친정부모님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려 여러 가지 불편함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친정아버지는 버릇처럼 그 여행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일본 민가를 빌려 직접 장도 보면서 지낸, 어쩌면 소박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서로 친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더욱 오붓했다. 시골 점포에서 산 저렴한 생선회 하나로도 즐거울 수 있었다.


나는 양가 부모님들에게 그런 시간들을 많이 선사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자식, 손주들과 ‘하하호호’ 하면서,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라는 느낌을 더 많이 느끼고, 두고두고 곱씹어 추억들을 기리는 그런 노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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