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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Sep 13. 2024

나는 불량엄마?

엄마의 콤플렉스

일반적으로 여성은 살아오면서 자식으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기혼 여성이라고 가정했을 때) 반추해 보면 나는 어쩐지 엄마 역할에 있어서 늘 모자란 것 같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백점 짜리 엄마의 모범상은 늘 나에게 요원하다.


가까이에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올케. 올케는 전문직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케어한다. 남편에게까지 으름장을 놓으며, 아주 철저하게 아이들 위주로 가정을 관리한다. 그러니까 채소를 많이 먹이고, 설탕 섭취를 금지하고, 텔레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철저하게 육아서에 따른 양육을 한다.


반면 나는 어느 정도 선에서 늘 타협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설탕도, 영상 시청도 허용한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나치게 아이를 컨트롤하지는 말자는 게 나의 신조인 것 같다. 그러다 가끔 올케 같은 엄마를 보면 현타가 오긴 한다. 아무래도 내가 좀 불량엄마 같아서.


보면 모범적인 엄마는 철저하게 아이들 위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구성한다. 반면 나는 아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지분만큼 나를 위한 지분도 있다. 나에게는 책도 보고, 이렇게 글도 쓰고, 나를 위한 화장품이나 옷을 살 시간과 물적 여유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나’라는 어떤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겐 좀 느슨한 것 같다.


이기적인 엄마인가? 엄마는 무조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거 아냐? 사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자기 검열과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솔직히 늘 엄마로서의 역할에는 문제의식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박사엄마인 선배에게 “저는 생각보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라는 말을 했다. 사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겐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헛짓거리들이 필요하다. 모성애의 부족인가? 너무 많이 배워서 그럴까? (이런 말도 다 소용이 없는 게 어차피 너는 그렇게 너만을 위한 시간을 쓸 거잖아. 그렇지??)


무튼 가까운 곳에 올케라는 존재가 있어서 더 나의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가끔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조카며느리도 현모양처에 가까운데, 그에 대해 말씀하실 때면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자신의 부족한 점은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반찬을 시켜 먹는다든지, 잦은 외식을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솔직히 반찬 배달은 늘 매력적으로 보인

이긴 한다) 아이들에게 채소를 좀 더 먹이고 싶다는 바람은 늘 있다. (정말 쉽지 않다 ㅜ) 내가 뭐든 잘 안 먹기 때문인지 식구들을 먹이는 데에 있어서는 늘 부족하다. 요리 잘하는 엄마들이 늘 부럽다.


남자아이 둘이라 그런지 다소 경쟁적으로 먹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이놈 우유 주면, 저놈 역시 우유를 달라고 떼쓴다. 엄마의 요리 실력이 무색하게 둘은 너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난다. 정말 감사하다. 어린이집에서도 크게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다. 가기 싫다고 보챈 적이 거의 없다. 아이들이 둥글둥글 어느 정도 양육하기 수월했기에 내가 대충 키우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요리 실력을 늘리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친정엄마가 내게 늘 지적하는 문제이다. 일단 뭐라도 하나씩 스스로 만들어 봐야겠다. 시어머니의 수고스러운 반찬 셔틀이 이런 게으름뱅이 며느리를 낳은 것 같기도…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편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아내의 살림 능력을 단 한 번도 탓한 적이 없다.


둘째는 너무 잘 먹는 아이라 특히나 채소를 많이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녀석들이 점점 커가면서 남자아이들 특유의 단백질 선호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한창 잘 먹을 땐 1인분 고기양이 1kg이 되기도 한단다…) 고기 요리도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자고 아들 둘을 낳았을고…! 내 분수에 넘치는 자식들이다.


이렇게 불량 엄마는 오늘도 자기반성과 헛된 다짐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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