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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Oct 29. 2022

찰칵

꿈을 꾸곤 한다. 서랍을 쏟고, 옷장을 헤집어도 나오지 않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으려 조급증을 내는 꿈을. 처음엔 목적물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카메라 셔터가 찰칵이듯 과정이 순간 망실된다. 공중을 오락가락하는 별 자릴 잃은 철새처럼 집안을 부유하며 부서진 유리 파편을 줍는 행위를 반복한다.


찰칵


무엇을  바라 애타게 서류를 뒤집고, 낡은 양복을 패대기 치며 악을 부렸을까? 마치 더 이상 지체하면 조각난 파편마저 부서져 버릴까 걱정하는 것처럼. 허공에 걸려있는 시계는 손을 베일 때마다 점점 커지고 일렁이는 세상은 성큼 다가서며 멱을 조이기 시작한다. 세상은 감당할 수 없는 질량으로 가득한 빽빽한 이불이 되어 나를 억누른다. 아득한 어둠의 위협에 어린애처럼 비명을 질러보지만 탐욕적인 어둠은 소리마저 먹어치운다.


찰칵


통증마저 먹혀버린 나는 조막만 한 거울에 비치는 매무새를 엿보려 안간힘을 쓴다. 상처투성이 손으로 무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벙긋대며 피로 얼룩진 새하얀 와이셔츠를 가다듬었다. 붉은 얼룩으로 지저분하지만 흰 와이셔츠와 에메랄드빛 넥타이, 그리고 새까만 양복을 모두 챙겨 입었다. 세상은 한걸음 물러났고 조막만 한 거울이 길어졌다. 거울 속의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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