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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ty Oct 07. 2022

달 없는 밤

열린 창 사이로 이 시간이면 보이던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한동안 나와 눈을 마주치던 탐스럽고 훤한 달이 자취를 감췄다. 밤거리를 시끄럽게 질주하던 폭주족같은 거센 바람이 일으키는 먼지 구름 때문에 눈을 감은 건가?한동안 귀찮아하지 않고 밤 친구를 해주더니 이젠 너마저 밤마실을 떠난 거니? 엄지와 검지로 좁다란 턱의 옹색한 수염을 쓸며 달을 감상했는데, 네가 사라진 오늘은 누구와 눈을 맞추며 하소연을 할까? 혹여 짧게 마실을 마쳤을까 다시 고개를 돌려보지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이 까맣기만 하다. 어디 눈 둘 곳 없나 고개를 내려보니 가로등에 매달린 쨍한 백색이 나를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어 덜컹 무섬만 든다.


바싹 메마른 비닐처럼 바스락거리는 입술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한곳만 멍하니 바라봤다. 어두운 하늘. 드문드문 반짝이던 별들도 촐랑이며 달마실을 따라갔는지 새까맣기만 하다. 활짝 열려있는 창으로 저만치 떨어진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 얌전한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만 마치 나만 외딴곳에 홀로 있는 것 같아 쓸쓸하다. 내 주위만 시간이 멈춰있는 듯 공허하고 서글프다. 창밖에 보이는 어둠에 쓸쓸해지고 나를 쏘아보는 가시 빛이 서운하다.


차라리 짜증을 낼까? 내 존재가 바닥으로 갑자기 바스러질 것 같아 겁이 난다. 겁? 또렷한 두려움이었다면 몸을 흔들어 뿌리치기라도 했을 텐데. 마치 타인처럼 낯이 설다.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불뚝이던 의욕마저 조용히 사그러든다.


살가운 친구가 떠난 적막한 밤, 의자에 구겨져 앉아 궁상을 떨어도,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침묵에 더욱 서글퍼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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