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길이 내준 곳을 따라 나름 열심히 걸었다.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낯부끄러운 흔적을 남기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데 왜 나만 이곳에서 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까? 모두들 저만치서 어깨를 맞추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왜?
바람을 쐬러 다니는 하천길에 하찮은 돌멩이 서너 개가 굴러다닌다. 소리 없이 흐르는 맑은 냇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커멓게 얼룩덜룩한 작은 돌멩이를 톡 차서 물에 빠뜨렸다. 생김새마냥 하찮은 소리로 물속으로 흘러내린다. 하찮은 무게 탓인지 무정하게 밀어 오는 물결에 잠시 떠밀리더니, 역시나 하찮게 두세 걸음도 쫓기 전에 하천 바닥에 멈춰 섰다. 하찮아서, 너무 하찮아서 마음이 하찮아졌다.
하찮은 돌멩이가 남긴 어물쩡한 덩어리가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다. 어제 올려다본 오후 하늘처럼 흐릿한 회색 구름이 마땅찮다. 마땅찮은 긴 한숨을 뱉으면 토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묵혀두었던 은밀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수 있을까?
명랑한 햇볕의 참견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