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영화의 진흥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무국이 사업과 조직에서 ‘애니메이션 지우기’를 하고 있네요.
영진위 사무국은 2024년 영진위 영화진흥사업 심사위원 풀 구성에서도 애니메이션 영역을 제외했고,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애니메이션소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관련 규정 개정을 예고했습니다.
올해 2월 27일 진행한 영진위 2024년 제3차 위원회 정기 회의록을 보면 영진위 사무국에서 심사위원 풀에서 애니메이션 분야를 제외한 이유는 올해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없기 때문이고,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애니메이션소위원회를 폐지하려는 이유도 ‘2024년 이후 관련예산 미반영에 따라 소위 운영 불가’를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올해 이후 영진위 내에 애니메이션 관련 지원 사업이 없으니 심사위원 풀에도 애니메이션 분야를 없애고 소위원회도 없애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간단하게 없애도 되는 건 아닙니다.
2024년 영진위 예산에 애니메이션 종합지원 사업이 제외된 건 현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현장은 여전히 영진위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와 중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2024년 영진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종합지원 사업이 전액 삭감이 확인된 이후, 8월 8일 애니메이션 협단체의 모임인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영진위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 폐지에 반대하며 지원기관의 일원화가 아닌 다양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 성명에는 무려 10,080명이 공감하며 연명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김청기, 성백엽, 오성윤, 이성강, 안재훈, 연상호 등 27명의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들도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을 죽이는 영진위 지원 사업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영진위 사무국은 애니메이션 관련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애니메이션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진위 설립의 배경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영진위의 기능과도 상충되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영화비디오법은 제14조(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에서 ‘애니메이션영화의 진흥’을 영진위의 기능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사업이 없어졌다고 해서 현장이나 위원과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애니메이션소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고 행정입니다.
현행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은 영화비디오법과 관련하여 국내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한 제도·입안과 운영 등에 대한 자문, 기타 애니메이션 영화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 의견 반영 및 자문을 위해 애니메이션소위원회를 운영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지원사업의 편성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영화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의 의견 반영과 자문을 위해서 소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진위 사무국에서 사업 편성 여부를 기초로 편의적으로 소위원회 운영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영화진흥정책을 위해서 소위원회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현장의 의견과 정책이 어긋나는 지금, 애니메이션소위원회는 더욱 필요합니다.
영진위 애니메이션소위원회는 유지되어야 하고, 기존 위원들의 임기 종료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소위원회도 새로운 위원을 임명하여 다시 운영해야 합니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산업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산업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