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독일 코뮤날레 키노에 대한 오해
역사적 사건을 해석할 때 하면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지금, 여기’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은 ‘당시, 그곳’의 산물인데, 지금 여기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건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지워버린다.
누구라도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이므로, 나도 역사적 사건을 해석할 때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애쓴다.
하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20세기 한국에서 태어나 21세기까지 살고 있으니, 다른 세기와 나라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의 그곳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그곳의 역사적 사실을 곡해하는 사례 중 하나가 독일 코뮤날레 키노(에 대한 오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 시네마’를 이야기할 때 종종 이런 오류가 등장하는데, “커뮤니티 시네마는 ‘커뮤니티(Community)’와 ‘시네마(Cinema)’가 합쳐진 말로 본래 독일에서 시작된 활동이다. 독일어로는 ‘코뮤날레 키노’(kommunale Kino)라고 한다. 코뮤날레 키노는 주로 상업영화관이 아닌, 카페와 살롱과 같은 비상설 상영 장소를 거점으로 이뤄졌고 이들은 영화를 보고 열띤 토론을 이어가는 문화를 주도하였으며 이 새로운 문화유행은 독일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다.”는 서술이 대표적이다.
독일 최초의 코뮤날레 키노는 공동체 영화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영화관이었다. 그리고 코뮤날레 키노가 등장한 배경은 당시 독일 사회에서 영화를 질 나쁜 매체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독일에 영화가 퍼지기 시작하던 1900년대 초반, 독일의 교육자, 신학자 등은 영화가 도덕적, 미학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영화와 영화관을 정화하고 올바른 대중 교육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영화개혁운동’을 추진했고, 독일 최초의 코뮤날레 키노는 이런 배경에서 설립되어 운영되었다.
위에 인용한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한 설명은 '시네클럽'에 대한 설명이지 코뮤날레 키노나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독일어로 코뮤날레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관된 행정적, 문화적 활동이나 공공서비스를 지칭하기도 한다. 코뮤날레를 공동체라는 의미로만 해석해서 발생한 문제다.
1900년대 독일 사회의 영화에 대한 이해, 독일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코뮤날레 키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물론 1960년대 이후 코뮤날레 키노의 의미는 1910년대의 의미와 같지 않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시장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시장에 대해 질문하고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