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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무비인가?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말하다(1)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하나의 대안이 된 OTT의 이야기 (1/6)

by 원승환

왜 지금 MUBI인가?


MUBI는 2007년 터키 출신 기업가 에페 차카렐(Efe Çakarel)이 설립한 글로벌 큐레이션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차카렐은 2006년 도쿄의 카페에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온라인으로 보려고 했으나 마땅한 서비스가 없음을 깨닫고, 전 세계 어디서나 수준 높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MUBI의 서비스 철학은 “거장 또는 재능 있는 신예 감독들의 걸작을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에게 연결한다”는 사명으로 집약된다. 이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간과되거나 상업성이 낮아 소외된 예술영화, 독립영화, 세계 각국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것이다.


초기에 “The Auteurs”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10년 모든 관객이 친숙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의미를 배제한 “MUBI”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현재 MUBI는 단순한 VOD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영화 제작·투자, 극장 배급, 온라인 비평지 발행, 영화관 입장권 제공 등 영화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플랫폼에는 매일 한 편씩 새로운 영화가 업데이트되고 30일 동안만 공개되는 “오늘의 영화” 큐레이션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 상영작들은 별도의 라이브러리 섹션에 축적되어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다. 더불어 자체 제작 영화와 독점 배급작을 늘려가고 있고, 웹사이트 상에서 영화 저널 Notebook을 통해 깊이 있는 영화 비평과 뉴스를 발행하며, 반연간 인쇄 잡지까지 출간하고 있다. 또한 MUBI GO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국가 사용자에게 매주 선정된 신작 영화의 극장 관람권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있다.


MUBI는 설립 이후 10여 년 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여, 2016년 약 10만 명 수준이던 가입자가 2025년 현재 전 세계 190여 개국 2천만 명 규모의 회원 커뮤니티로 확대되었다. 서비스 가입자(registered users) 수는 2022년경 1천만 명을 돌파했고, 2024년 중순 기준 유료 구독자만 약 1,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회원 기반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MUBI는 특화된 틈새 전략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영화 산업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이 글은 MUBI의 창립 배경과 서비스 철학, 조직 구조, 서비스 모델(30일 큐레이션, MUBI GO, Notebook 등), 콘텐츠 소싱 및 제작 전략, 기술 인프라와 스트리밍 품질을 살펴보고 수익 및 재무 구조(기업가치, 연매출, 투자 현황),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을 개괄한다. 아울러 경쟁사와 차이점을 비교하고, 사용자 커뮤니티 전략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나아가 MUBI 사례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 보호와 공공성 실현 측면에서의 의의를 분석하고, 거대 플랫폼 중심의 플랫폼 자본주의 환경에서 MUBI가 보여주는 윤리적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할 것이다.



MUBI의 설립자 및 창립 배경


MUBI의 설립자인 에페 차카렐은 MIT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전직 투자은행가로, “언제 어디서나 훌륭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자”는 비전을 품고 2007년 회사를 창업했다. 창립 일화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일본 도쿄의 한 카페에서 인터넷으로 영화 <화양연화>를 보려다 지역 제한과 저작권 장벽으로 실패한 경험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 예술영화를 합법적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전무했기에, 차카렐은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영화 배급의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차카렐은 회사를 설립하며 영화 애호가와 예술영화 사이의

“디지털 만남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큐레이션 철학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수많은 작품을 알고리즘으로 추천하는 대신, 전문 큐레이터 팀이 직접 엄선한 소수의 작품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플랫폼 명칭은 본래 '작가주의 감독들(The Auteurs)'을 뜻하는 이름이었으나, 2010년에 보다 포괄적이고 쉬운 이름인 “MUBI”로 변경되었다.

“무비(movie)”와 유사한 발음의 두 음절 단어인 MUBI에는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 차카렐은 “특정 계층만 이해할 수 있는 배타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 이름”을 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MUBI의 초창기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돌며 양질의 작품을 수급하고, 영화 평론가 및 거장들의 지지를 얻어 영화광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설립 다음 해인 2008년에는 미국의 크라이테리온 컬랙션(Criterion Collection)과 제휴하여 VOD 서비스를 함께 선보이는 등 영화계 기존 사업자들과 협력해 초기 콘텐츠 풀을 구축하였다.


또 마틴 스코세이지 등의 거장이 설립한 월드 시네마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전 영화 복원작을 스트리밍하는 등, 예술영화 보존·확산 노력을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 위에서 MUBI는 서서히 명성을 얻어 영화 제작자와 애호가들 사이에 “온라인 예술영화 극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계속)


*글의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시장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시장에 대해 질문하고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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