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업 마케팅 담당자 몇 명을 만난 적 있다. 코로나19로 마케팅 예산이 줄어 힘들다고 하는 담당자부터 온라인매출이 늘어 마케팅예산이 증액되었다는 담당자까지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편의점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의 타격을 입은 업종 중의 하나였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자 편의점 방문고객수도 줄고 매출도 감소하게 되었다. 방문고객의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편의점은 MZ세대가 자발적으로 편의점에 찾아올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기 시작했다.
고객 방문이 매출과 직결된 백화점은 전국의 유명 맛집을 지하 식당가에 유치하여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던 고객을 맛집 방문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고 이후 쇼핑하는 습관으로 바꿔놓았다. 편의점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자 로컬맛집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편의점도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에서 라떼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호랑이’에서 CU전용으로 ‘호랑이라떼’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호랑이라떼’는 ‘카페 호랑이’의 이세준 대표가 직접 레시피 개발부터 컵 디자인까지 참여하여 완성도를 높인 제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세븐일레븐의 ‘송탄 영빈루’도 오프라인맛 집의 특성을 살려 쉽게 갈 수 없는 소비자들이 편의점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대리만족 경험을 선사했다. 오프라인 맛집에 대한 편의점의 제휴는 점차 확대되어 미니스톱의 ‘홍짜장 유니짜장’부터 GS25 ‘가평 왕장어촌 장어추어탕‘ 까지 출시행렬이 이어졌다.
편의점업계는 기존 유튜버와 협업할 뿐만 아니라 자체 유튜버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소통을 이어나갔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유튜버 ‘총 몇 명’ 과의 초코세트 출시부터 디씨 피지컬갤러리에서 유튜버로 영향력을 키운 김계란과 CU빡텐션을 공동기획하고 출시하기도 하였다. 유튜버 ‘맛상무’ 를 비롯해 많은 유튜버들이 편의점 신상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콘텐츠가 2020년에 부쩍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유튜버의 리뷰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접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며, 오프라인 매장으로 방문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버와 TV방송을 넘나들며 메가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는 백종원도 CU의 백종원도시락의 레시피를 유튜브 ‘백종원 요리비책’ 에 공개하며 지난해 기준 누적 2억개의 판매량을 일으켰다.
올해 편의점 마케팅 중에 단연코 눈에 띄는 시도는 광고로 래핑한 버스처럼 광고로 도배된 라면 제품의 출시였다. ‘돈벌라면’, ‘내차보험 만기라면’, ‘페이백라면’, ‘치킨이 타고 있어요’ 등은 자사의 서비스를 판촉물 형태로 제작해 편의점 제품으로 출시했다. 기존 B2B 영업용 판촉물이 B2C 고객대상 판매용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규 광고 채널을 찾는 광고업계에 편의점 상품이 하나의 광고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되었다.
올해 유행의 한 축을 담당하는 ‘뉴트로 컨셉’ 은 편의점 매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CU와 대한제분, 세븐브로이가 공동기획하여 출시한 곰표밀맥주는 누적판매량 60만개를 넘어섰다. 곰표밀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곰표팝콘, 말표흑맥주 까지 출시되는 펀마케팅(Fun Marketing)이 편의점상품을 하나의 유희도구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대한민국 편의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2021년 편의점 인기상품은 어떤 유행을 반영하고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