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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변호사 Dec 26. 2021

조정과 판결 사이

가끔은 스스로를 믿고 결단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고 판결을 받았다.


의뢰인은 17명이고, 2년 넘게 이어져 온 소송인데, 막판에 갑자기 재판장이 조정의 의사가 없냐고 물어봤다. 재판이라는 것이 백프로 승소를 자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송을 많이 해보지 않은 의뢰인 입장에서는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는 것이 아닐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이 합리적인 범위라면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며칠을 상대방 대리인과 종일 연락을 취하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방은 낮은 금액과 이상한 세금 공제 조항을 들이밀면서 조정안을 제시했다. 


아니 이렇게 조정의사를 내비칠 거면 소송 초반에 하든가, 선고를 앞두고 갑자기 조정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며, 2년 넘게 끌다가 갑자기 조정의사가 있다고 하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금액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특히 적용여부가 불분명한 기타소득 22% 공제 조항을 들이미는데 이것까지 상대방이 원하는대로 받아들이는 건 억울했다. 그래서 의뢰인보다 내가 더 분노하며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판결을 받기로 했다.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조정여부에 대해서 전적으로 의뢰인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 편하다. 결국 선택을 의뢰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조정을 거부하는 의견을 내는 경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 전부 패소할 수 있다는 불안감, 이겨도 상대방이 제시하는 금액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판결 선고일까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것인만큼, 판결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한다.  


그래도 다행히 상대방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 승소했고, 나도 의뢰인들도 모두 만족했다. 사실 상대방 제시 금액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낮은 확신은 있었다. 그러나 백프로라는 것이 없고, 변수투성이 재판에서 무엇을 확신할 수 있을지. 


조정이냐 판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의뢰인을 제외하고 조정은 대개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다(사견입니다). 조정이나 화해가 되면 판사는 판결문을 쓰지 않아도 되고,  조정위원들은 조정을 성사시키면 그에 대하나 보수를 더 지급받는다. 변호사들은 패소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고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특히 어쏘 일때는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물론 의뢰인들도 만족할 때가 있고, 오히려 협상을 잘하는 경우에는 판결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개는 서로 양보를 해야 협상이 되기 때문에 의뢰인이 양보를 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기때문에 의뢰인에게 마냥 최선의 결과라고는 할 수 없다. 


소송을 하다보면 조정이 꼭 필요한 사건들이 있다. 양 당사자가 조금씩 잘못을 했고, 누구 하나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사건 같은 것들이다. 합리적인 조정안이라면 이런 사안은 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맞다. 그런데, 가끔 분명히 법리적으로 우리가 전부 이겨야하는 사건인데도 무리하게 조정을 강요하는 사건들이 있다. 


작년에 전부 승소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분명 우리가 우세한 사건이었고 상대방 변호사가 제대로 반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조정에 회부되었고, 조정위원은 어떻게든 조정을 성사시키려고 우리를 압박했다. 판사님이 지금 여기 왜 조정에 회부했겠냐고 하면서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뢰인이 돈을 한푼도 받을 수 없을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조정위원들은 변호사가 아닌 경우가 많아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조정은 불성립 되었고, 조정위원은 우리가 청구하는 금액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안으로 강제조정을 했다. 상대방이 이의를 하면서 결국 판결을 받게 되었다. 전부 승소를 했다. 항소심도.


소송을 하다보면 조정과 판결 사이에서의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안전이 물론 중요하지만 가끔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 승소가능성이 높다면 조금은 전투적으로 소송에 임해보는것도... 물론 이 부분은 전적인 나의 사견이며 변호사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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