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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May 26. 2022

'나쁜 감정'은 없고 '아픈 감정'은 있다.

나쁜 감정이라고 무시하면 더 아프다. 아픈 줄 알아야 치유된다.

'나쁜 감정'은 있다? 없다?


열등감은 나쁜 감정일까? 내 열등감 때문에 아내가 상처받으니까 나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열등감은 필요한 감정이다. 누군가를 보고 열등감을 느껴야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노력은 안 하고 욕심만 품으면 열등감이 아니라 찌찔함이다. 감정은 우리의 욕구를 나타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욕구대로 행동하면 문제가 되지만 욕구 자체는 잘못이 없다. 화를 내는 사람이 모두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분노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분노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감정이다. 누군가 나를 위협하면 화내고 방어해야 맞다. 두려움은 미래의 불확실함과 위험으로부터 생존하게 해주는 감정이다. 슬픔 또한 슬퍼할 줄 알아야 고통 속 현실을 견디며 살 수 있다. 수치심은 어떨까? 수치심은 우리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감정이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과 나 혼자 완벽하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쁜 감정'은 없다. 그러나 '아픈 감정'은 있다.


감정은 잘못이 없다. 모든 감정은 사는 데 꼭 필요하다. 감정을 좋은 감정, 나쁜 감정으로 나눌 수 없다. 굳이 나쁜 감정이라고 한다면 내 감정이 나 자신과 타인을 해칠 때 문제가 된다. 우리를 해치는 감정은 억압할 때 생긴다. 두려워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인데 이 신호에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면 내 몸에 스트레스로 켜켜이 쌓인다. 감정 조절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감정은 억압할수록 나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병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감정을 왜 억압하며 사는 걸까? 고통스러운 감정을 처리할 능력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정 처리를 배워야 하는 곳은 '가정'이다. 아이가 출산 후 우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엄마와 분리되어 낯선 환경에 노출된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분별할 능력이 없어서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줘야 한다. "아가야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단다."라고 말해줘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반응해주는 부모를 통해 두려운 감정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우리 부모 세대는 대체로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 문제 때문에 자녀에게 정서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다.


불편한 감정은 억눌러야 한다고 학습한 사람은 감정의 세계를 알아가기엔 너무 두렵다. 자신의 느낌을 구별하고 표현하는 것도 낯설다. 모든 감정을 해롭게 만드는 핵심 감정은 '수치심'이다. 수치심은 존재 자체에 상처를 입어 모든 감정을 지배하는 감정이다. 존재가 부정당하면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은 생존하게 하기보다 자존감을 낮추고, 분노는 나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을 찌르는 감정으로 바뀐다. 주변에 늘 우울한 사람, 투덜대고 불평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감정을 느낀다기보다 성격 자체가 우울함, 분노 자체가 된 것이다.


나쁜 감정이라고 무시하면 더 아프다. 아픈 줄 알아야 치유된다.


내가 내면 아이를 치유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일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내와의 관계도 안 되고, 자녀, 부모, 직장 상사, 타인과의 관계도 감당할 능력이 부족했다. 내 예민함과 습관적인 분노는 성격이 아니라 수치심을 들키지 않으려고 보호하는 방어기제였다. 내 안에 불편한 감정을 나쁜 감정으로 치부해버리면 문제는 더 커진다. 감정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억압할수록 점점 더 커져서 우리의 일상을 망친다. 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아픈 줄 알고 아프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감정 치유에서 가장 해로운 태도는 괜찮은 척, 모르는 척, 안 아픈 척하는 것이다. 아프다고 인정해야 나을 수 있다. 외면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나쁜 감정이라고 무시하면 더 아프다. 아픈 줄 알아야 치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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