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존책방 Jun 02. 2022

타인을 통제하는 사람의 3가지 특징

자신의 불안을 낮추려고 상대방을 통제한다.

여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아내가 나에게 자주 쓰는 말이다. 나는 아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 따라다니면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해" 정해주려 한다. 최근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한 날이다. 나는 설거지할 때 꼭 지키는 3단계 순서가 있다. 1단계, 씻은 그릇을 놓을 자리를 먼저 정리한다. 2단계, 설거지 거리를 애벌로 헹군다. 3단계가 본격적인 설거지다. 이제 막 2단계 애벌 작업을 마치고 있을 때였다. 아내가 요리했던 냄비를 불쑥 집어넣으려고 하길래 깜짝 놀라 말했다. "여보! 왜 그래!" 누가 보면 아내가 내 뒤통수를 세게 내리친 것처럼 반응했다. 아내는 "그냥 옆에 두라고 말하면 되지! 아오!" 라며 툭 밀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지나간다.


수치심이 심한 사람은 나와 다른 것을 참지 못한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화가 난다. 나의 경우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행동은 예측 불가였다. 사기로 했던 것을 기분이 나빠지면 사주지 않는다거나, 가기로 한 곳도 마음 상태에 따라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예측 불가한 것을 줄이려고'통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통제하고 상대방을 통제하는 마음의 동기는 '불안함'이다. 통제하는 관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상대방을 통제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통제해야 안전하다"라는 거짓된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다.


1. 자신의 불안함을 낮추기 위해 상대방을 통제한다.

주변에 연애할 때 집착하는 타입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상대방의 행동과 감정을 얻기 위해 통제하려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불안함을 달래려고 상대방을 이용하는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아내를 통제하려는 이유도 불안 수치를 낮추려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자녀 문제다. 자녀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문제 삼고 지적하면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자존감 낮은 아이로 자라게 될 것이다. 통제하려는 태도는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해롭다.


2. 자신의 수치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통제한다.
"통제하려는 것이야 말로 그 통제자의 수치심을 커버하는 데 최상의 도구다."
'존 브래드 쇼', <수치심의 치유>

수치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가스 라이팅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연인과 배우자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수치가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통제하는 만큼 자신의 수치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조종하려 든다. 은밀하게 통제하는 유형도 있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맞춰주고 희생해서 인정받으려는 사람이다. 얼핏 보기에 친절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수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치밀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막상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을 때 화낸다.


3.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받는 법도 모른다.

나는 타인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신혼 초 아내가 내게 말하길 "여보는 사람을 자꾸 밀어내는 것 같아."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통제 성향이 강한 엄마 밑에 자라서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것이 통제로 느껴졌다. 유년 시절 외할머니댁에서 몇 년을 지낼 때 외할아버지가 강압적이고 통제하는 성향이었다. 나는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계의 경계를 지키며 살았다.




통제를 당하는 가족은 괴롭다. 나는 통제의 벽을 부수기 위해 수치심을 치유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모든 일은 통제할 수 없다. 완벽하게 통제하려 할수록 더 신경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내 마음이 불안이 결정되면 인생이 너무 피곤하다. 오히려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일 때 안정감이 생긴다. 타인을 통제하려는 사람은 불안하다. 그렇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고 내 불안함을 돌볼 때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쁜 감정'은 없고 '아픈 감정'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