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치유에 관한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일을 지난 3년간 해왔다. 감정을 치유하지 않고는 가족과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웠다. 치유를 결심한 후 심리상담을 받았다. 아내와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낮아진 줄 알았는데 심리상담사에게 온전히 내면을 꺼내 보이는 것이 불편했다. 아직 억압된 감정을 직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리학 책을 찾아 읽으며 나의 내면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같이 사는 아내나 부모님도 설명해주지 못하는 내 마음의 설명서를 찾은 것이다.
내면아이를 알게 된 후 관련된 책을 이것저것 살펴보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했다. 나에게 필요한 내용을 꼼꼼히 정리하며 읽었다. 평소 읽는 실용서와 심리치유 책은 조금 달랐다. 읽고 정리해도 삶 속에서 쉽게 적용이 어려웠다. 실제 아내와의 관계에서는 마음의 큰 변화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부부싸움 이야기를 적용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수록 감정과 생각이 단순하게 정리되는 효과를 느꼈고 10회 이상 연재했다. 어느 남자의 솔직한 발설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비밀 댓글로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들여다보고 글로 쓰다 보면 알지 못했던 내면의 비밀을 통찰하게 된다. 글을 쓸수록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글 속에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수치를 감추지 않는 이유는 수치를 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는 것이지만 이 수치를 뛰어넘으려면 자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었다. 글 쓰는 사람은 적어도 메타인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글로 쓰인 자기 자신을 관찰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쓰기 치료는 1950년 이후 과학적인 결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읽고 쓰기 치유>가 좋은 이유 세 가지
1. 가성비가 좋다 2.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3. 자신의 의지로 치유를 선택할 수 있다.
읽고 쓰기 치유는 효과가 확실하다. 읽고 쓰기 치유의 장점은 첫째, 비용이 저렴하다. 심리상담과 비교할 경우 상담비 1회 비용이면 4-5권의 책 정도는 살 수 있다. 둘째, 상담사와의 시간은 50분이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시간제한이 없다. 상담은 주어진 시간 안에 마음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면,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는 내 마음 속도에 따라 풀어갈 수 있다. 셋째, 치유의 주체자가 항상 자신이다. 물론 정신과나 심리상담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결국 내면의 힘을 길러야 홀로 설 수 있다. 치유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셀프 치유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은가?
결혼 후 5년 동안 이혼하지 않기 위해 책읽기와 글쓰기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내 몸부림의 과정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온라인으로 '내면아이 셀프치유 독서모임'을 열였다. 지금까지 34명에게 스스로를 사랑하고 치유하는 셀프치유자가 되도록 권면했다. 함께 치유할 때 서로 비슷한 상처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자신의 문제만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읽고 쓰기 치유는 그동안 외면했던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을 선물한다. 치유의 최종 목적지는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다. 상처 치유는 억압된 에너지를 풀어줌으로 자신의 잠재력과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치유 사이클은 거시적으로 억압된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애도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자기 사랑의 목표는 이기적인 자기애가 아니라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단계까지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 옆에 있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읽고 쓰며 치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