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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속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8월 18일, AJ 미디어 루키즈 이서빈의 기록

기술과 인간은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결합의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AJ 미디어 루키즈 프로그램을 가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질문이다.

평소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는 데이터가 브랜딩에서 핵심적이라는 이야기를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그 중요성은 정확히 알 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터가 브랜딩, 마케팅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을 8월 18일에 찾아볼 수 있었다.


Moloco는 무엇이 다른가?


일관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려주었을 때 더 강하게 반응하는지, 우리의 어떤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관리하려면 객관적인 정보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광고주가 타겟을 설정하고 예산과 노출 방식을 정하는 방식으로 광고집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지금, 광고 집행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이다. 1) 자체 데이터 클라우드를 구축하여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2) 데이터를 다루는 외부 기업에서 부탁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전자는 이미 어느 정도 디지털 전환이 된 기업의 경우에나 가능하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을 떠났다. 아마존에서는 나이키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나이키 제품을 추천해주지만 소비자의 반응 데이터를 나이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즉, 나이키가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나이키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온전하게 전달할 수도 없었다. 온라인 매출의 절반이상이 발생했던 아마존을 떠나면서 나이키는 자체 데이터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그 결과 나이키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후자에서 전자로 가면 당연히 데이터를 완전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런 역량이 부족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면 자체적인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한 기업은 무조건 구글, 아마존과 같은 거대 클라우드 기업(혹은 유통기업)에게 의존해야 할까?


작은 기업들도 자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다.

Moloco는 광고 자동화 플랫폼에 광고를 큐레이션 해주는 엔지니어 기반 회사이다. 광고주에게 예산, 목표 ROI, 기존 데이터만 제공받아 광고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집행한다. 더불어 광고 수용자에 대한 정보를 다시 광고주에게 제공하기에 광고주는 데이터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다.


광고주에게 타겟을 제공받지 않는 이유는 타겟 설정까지도 알고리즘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수많은 상관관계들을 통해 ‘가장 적합한’ 타겟을 찾아준다. (이 때문에 가끔 기존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타겟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moloco의 운영방식은 영업 위주 기존의 광고 시장 구조에 신선함을 주었다. 정교화된 머신러닝을 통해 업계 최고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moloco는 각광받고 있다.


Moloco는 어떻게 시장을 선택했는가?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모든 것을 알고리즘에 맡긴다면 대체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일까? 인간은 알고리즘이 인간의 신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정한다. 가령 특정 화면에 머물렀다가 이탈하는 행위를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 구매하려고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의 행동’을 ‘어떤 신호로 번역할 것인가?’가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신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일단 깨끗한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때문에 moloco는 깨끗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시장에 집중했다. 가급적 명확한 행동(데이터)을 알아야 신호도 쉽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Moloco는 ‘앱’과 ‘리테일/이커머스 플랫폼’을 주요 마켓으로 삼고 있다.

일반적인 마켓에 비해 앱은 트래킹에 용이하다. 앱을 광고주로 삼으면 앱 내의 사용자 데이터(1st party data)를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제품도 트래킹은 가능하나 사용자 각각의 ‘모든’ 행동을 추적하긴 어렵다.) 또한 리테일/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1st party data를 얻을 수 있고 플랫폼 내부 지면과 외부 지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1st party data를 가장 깨끗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시장을 고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 클라우드를 만들지 않고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초기의 목적을 가장 잘 이뤄낼 수 있는 시장을 선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Moloco는 어떻게 일하는가?


Walled garden(자유로운 데이터 사용을 막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픈 RTB(실시간 입찰)를 활용하여 외부 지면을 확보한다. 우리의 생각보다 세상에는 쓸모 있는 광고지면이 많고 오픈 RTB는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Moloco의 고유한 지면이 없다는 점에서 구글이나 아마존에 비해 불리하긴 하나 오픈 RTB에서 광고주에게 가장 효율적인 지면을 찾아준다는 점은 머신러닝 기반인 Moloco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광고시장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과 매우 다르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도 하고 현재의 상황에 적합하다. 한편 엔지니어를 위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서 이와 같은 색다른 시각이 실현될 수 있는 것도 같았다.


그 이후의 이야기


사실 처음 강연을 들었을 때는 ‘와 재밌고 신기하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런 기업도 있구나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 강연은 생각보다 나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지난 10월 13일, 원래 광고/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브랜딩 관련 컨퍼런스를 참석했다. 기술은 인간과 브랜드를 어떻게 연결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igworks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RFM 분석 기법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측정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이전에 비해 브랜딩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그렇구나~하고 지나갔을 법한 내용이었으나 AJ 프로그램에서 직접 트렌드를 보고 왔던 지금은 달랐다.


브랜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혹은 PM으로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Moloco의 합리적인 광고 집행과 시장 결정 과정을 곱씹어보니 나도 이런 합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이해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사람들의 행동을 신호(의미)로 번역하는 과정을 하면서, 동시에 특정 조직의 구조와 목표를 정교하게 구성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이런 것에 매료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위에서 갖고 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기술과 인간은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야 하는가? 사람은 알고리즘이 할 수 없는 데이터 속 ‘가치’를 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광고 분야에서는 유저의 행동으로부터 신호를 잡아내는 것으로 발현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합의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합리성과 정교함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사고 과정을 누가 듣는지와 무관하게 납득해야 한다.   


이 해답들은 나에게 LB&C라는 융합전공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브랜딩보다 PM이 나에게 더 적합한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고민할 기회를 주었다. 기업에 따라 PM이 하는 일이 다르긴 하지만, PM은 기본적으로 담당하는 product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살펴보고 각각을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브랜딩도 재밌는 일인 것은 맞지만, 나는 경영 철학, PR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 여전히 난 미래에 대해서 고민 중이지만, 그 고민의 깊이가 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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