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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나 Jul 06. 2023

[사서교사 일기] 230706


오늘은 2학년 수업이 있는 날이다.

1교시에 수업

2교시에 복붙 수업

3교시에도 같은 수업을 한다


세 번째 같은 말을 하다 보면

입에서 자동응답기처럼 말이 나간다

신기한 일이다.




오늘따라 어느 남자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할 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수업 내내 나를 방해하는 녀석


한번 씨름하고 난 뒤,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쳐

10분의 자유시간을 줬다


수업은 방해하지만 책 읽는 시간을 주면

열심히 읽는다.


옆친구와 자꾸 장난치길래 슬쩍

혼자 떨어져서 보면 더 집중해서 책을 잘 볼 것 같은데?라고 유인해 본다

그러나 택도 없다.


"아니요 전 못해요. 집중 못해요"

"... 너를 과소평가하지 마!

친구가 옆에 있으니 말하고 싶고

장난치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

너는 책을 좋아하니까 떨어져 있으면 

지금보다 

집중도 잘하고 책도 잘 읽을 거야"


(여기서 조심할 것은 확정적인 교사의 말이 아니라 가정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에요. 못해요"

"... "


그 아이 안엔 무엇이 있길래 이런 대답이 나올까?


그렇지만 수업을 마칠 때까지 책은 잘 읽고 갔다는

그럴듯한 해피엔딩이다.


"사람의 더듬이는 저마다 달라요.
무엇을 계기로 생겨났고 무엇에 떨리는지,
그걸 모르고서는 두려움에 휘둘리게 되죠,
후후후, 계속해서요."

오늘의 책구절: 수상한 보건실/소메야 카코 장편동화


속이 타는 건 교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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