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을 내고 나면 차례차례 30 여개의 방문이 열린다. 하루는 미술하는 아이가 담겨있다. 엄마의 칭찬이 이어지고 무대가 바뀐다. 정적
아내는 매달 250만 원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부족한 생활비를 매 번 장모님께 손 벌리고 있다며 내가 매일 오전 6시쯤 일어나 밤 늦게 귀가하는 것치고는 효율이 좋지 못하다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 말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 싸우는 거냐고 묻는다.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는데 싸운다고 생각해주다니 대견하다. 아내에게 매 달 주는 생활비가 사납금처럼 느껴진다. 아내는 몹시 사납다.
역시 아이를 키우는 건 욕심이었을까? 직장이 바뀐 것도 아니고 외벌이가 맞벌이로 변한 것도 아닌데 퇴근 후 투잡으로는 어림도 없는 걸까? 주말에도 일하고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향해 아내는 들으라는듯 말한다.
"독박 독박"
일주일 내내 아이 돌보는 게 지겨운 모양이다.
아내가 연 방엔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느낀 증거가 있었나 보다. 매 번 구입하던 강아지 사료의 재고가 없어 남긴 전화번호로 사료가 입고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에게 동물병원에서 문자 연락이 와서 사료 두 봉 좀 사오라 부탁했더니 아내는 대뜸 카운터 직원과 어디까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냐며 묻는다. 아내는 알고 있다. 남편이 선호하는 이성의 스타일을, 동물병원의 직원은 남편이 좋아할만한 외모였고 아내는 사료와 함께 술을 사러 갔다. 술은 아내의 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