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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Jun 11. 2024

두꺼비에게 헌 집을 주었더니 새 집이 생겼다.





재건축으로 잠시 집을 떠나면서 아이가 생겼다.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지금 부부도 그렇고 이전에 계셨던 분들도 이 집에 살면서 아이가 생겼다고 하셨다. 부동산 사장님이 산부인과 의사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이미 유산경험이 있었다. 우리 모두 부모될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 ' '엄마와 아빤 아직 내가 필요하지 않은가보네' ' '

아기 집에 살던 아이는 이런 생각에 잠겨있었을지도 모른다. 천국이란 집에 당도하면 먼저 떠난 아이 둘을 안아주어야 한다. 지금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매일 안아주듯 말이다. 부동산 신령님 말대로 16평 집에서 쌍둥이 아이가 생겼다. 엄마처럼 매일 누워만 있던 아이들이 기어다니다 걷고 뛰고, 배고픔을 채워주었더니 먹기만 하던 입에서 말이 뛰어논다. 둘째가 첫째에게 말을 배우고 부모는 아이를 통해 삶을 배운다. 아들이 물었다.









"왜 우릴 낳았어요?"

사춘기 때나 들어봄직한 질문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하다니 참으로 난감했다. 잠시 침을 삼키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노럭하며 서랍에서 단어를 찾아헤맸다.

"엄마 아빠에겐 너희들이 필요했어."

서랍에서 꺼낸 양말이 하필 짝짝이다. 아빠는 아들의 원초적인 질문에 필요한 단어를 찾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필요하다 말했다. 아이는 국방부 출입기자처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으로 무장한 아이가 '왜' 공격을 퍼부을만도한데 더이상의 교전은 없었다. 결혼을 결심한 순간도 왜라는 물음에 근사한 방어체계가 없었다. 20대 후반과 30대 때의 외로움과 허전함, 불안함을 어찌 미취학 아동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아이들이 직접 그 시간에 다다라서야 알게되는 감정일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지금보다 더 깊이있게 물어볼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 두어야겠다.

'아빤 너희들을 만나기 위해 엄마가 필요했어.'

역시나 투박하다. 막상 아내와 살고보니 아내는 필요한 게 참 많은 사람이다. 목이 말라 물이 필요할 때도, 배가 고파 돈이 필요할 때도, 손이 시려 집이 필요할 때도 남의 편이라 서운하다는 남편을 찾는다. 아내는 오늘도 램프를 비비적대듯 남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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