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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Jul 06. 2024

하루

아이 하나는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보내고, 다른 하나는 킥보드에 태워 보냈다. 7월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하여 어린이집 등원 버스 이용을 신청했는데 하필 등원노선 중 우리집이 1순위다. 오전 7시 45분에 집앞에 버스가 온다. 자정까지 음식배달을 하고 7시 20분에 일어났다. 옷만 입히고 어린이집에 보낸다. 아직 빵을 먹고 있던 아들은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 아빠들은 아이를 투박하게 키운다. 엄마들은 그런 남편을 구박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출근한 상태였다. 아이들 전용 리모컨을 찾아 TV를 켜 블랙박스에 담긴 차량사고 장면을 멍하니 보았다. 하루에도 정말 많은 사고가 있었다. 시청역 주변의 사고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온갖 자극적인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다보니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이 난무한다. 방송에서도 전문가를 모시고 대화를 나누지만 이 역시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그 사이를 조롱과 비난이 파고든다. 애도의 물결은 잔잔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파도는 해변에 다다르지 못한다.

음식배달용 전기 오토바이 수리를 맡기고 두 시간만에 수리가 완료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과속방지턱이나 인도를 넘어다닐때 차고가 낮아 아래쪽 부품에 무리가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엔지니어가 말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과속방지턱, 포트홀을 지날때 쇳소리가 났었는데 부품을 결속시켜주는 볼트 여섯 개가 모두 빠져있다고 했다. 향후 주행 중에 과속방지턱이나 인도 연석을 빠른 속도로 넘어다니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셨다. 오토바이를 찾아오고 바로 어린이 둘을 찾으러 갔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어린이집 앞 도로포장을 새로 해서 과속방지턱 설치를 위한 서명을 해달라고 펜과 종이를 내미셨다. 누가 내 인생의 대본을 이리 어처구니없게 적어놨을까?

'그래, 속도보다는 안전이지'

만에 하나 누구라도 다칠 수도 있으니 그깟 차량 부품 수리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먼저지. 그 날 저녁 어린이집 앞 도로를 수리받은 오토바이로 달렸다. 포트홀 하나없는 도로가 곧 서킷이었다. 시속 30km에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오래된 도로는 임시포장 자국과 웅덩이, 구불구불 시골 길이다. 오토바이에겐 편도 4차선, 6차선도 비포장 도로처럼 느껴진다. 두 달 전 오토바이 고장도 임시포장된 아스팔트에 충격이 가해지고나서 GPS 신호와 전면부 디스플레이 화면이 먹통이 됐었다. 길이 평탄하지 않으면 운전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자동차 네 바퀴로 달릴땐 아무렇지 않았던 웅덩이들이 두 바퀴 오토바이에겐 묘비될 자리일 수도 있다.

오늘도 길 위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의식이 없던 아버지가 아들이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숨을 거두었다는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갇혀있다. 다시 자정 무렵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잠든 아이의 손과 발을 만져본다. 따스하다.





인생의 커다란 파도는 해변과 피부에 와닿는다.













어린이집 하원 후 물놀이, 핫초코 한 잔의 여유, 아빠는 이 시간을 위해 밤 사이, 길 위를 달렸다. 아이들이 꿈나라에 간 시간에도 아빠는 일한다. 핫초코 사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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