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지 Sep 01. 2024

가족

나는 내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첫 번째 가족에서 나는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구박받던 어머니의 소천을 기점으로 가족의 틀이 깨졌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나의 첫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삼촌이라 불리던 시간이 좋았다. 양육의 책임은 없고 어린 조카들과 함께 웃고 즐기기 바빴다. 그들 중 절반은 20대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아이가 부르는 간들어지는 목소리의 "삼춘~"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아내를 만날지 알 수 없던 시절의 불확실함을 지나 두 번째 가족이 생겼다. 나는 남편에서 아빠로 레벨업 했다. 인생 난이도 또한 상승했다.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가족사진을 서랍 안 깊숙히 숨겨두었다. 그리움도 함께 넣었다. 10년 전 가족사진에 아내는 없다. 아내를 만나기 전 나는 행복한 원주민이었다. 결혼의 신대륙이 발견되자 아내와 아이들에게 쇼파와 TV 리모컨을 빼앗겼다. 봄이와도 내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누울 자리 잃은 나의 자랑거리는 아들과의 결속력이다. 독립투사 딸과 달리 아들은 가끔 내 편이 되어준다.

두 번째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듯 하다. 아마도 손주가 태어나도 첫 번째 가족의 지위는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예수처럼 다 이루었다고 속삭이는 날, 왼 팔에는 딸이 찌른 못자국이 오른 팔엔 아들이 겨눈 창의 성흔이 남아있지 않도록 행복하게 지내야겠다. 나이가 들어 아이들과 함께 아이유 디너쇼를 보러 가면 좋겠다.





어찌하여 흙을 버리셨나이까 묻자 실수라 답한다. 퇴근한 엄마의 딥빡!
작가의 이전글 불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