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망고가 먹고싶단다. 아들이 노래를 부른다. 평소 입이 짧은 아들이 무얼 먹고싶다 말하면 주저함없이 사준다. 반면 딸은 입이 길어 부리가 되었다. 자꾸만 아빠를 쫀다. 콕 콕
사과랑 망고를 교배시킨 건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 입에 정보가 없던 나는 생김새부터 사과모양인지 망고모양인지 알 수 없었다. 과일가게에 적힌 팻말에 애플망고라 적혀있는 것을 보고 붉그스름한 외계생명체의 알처럼 생긴 그것이 애플망고라고 인식할 따름이다. 주인 부부는 아침 일찍 가게 앞에서 담배를 태운다. 몇 달전부터 출근 길에 차창 넘어로 보였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손님들과 인사를 하는 친밀도가 생기면서부터 옆상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운다. 남편의 오토바이는 파란색으로 래핑된 T-MAX, 허름한 밴리 오토바이와 허 넘버 과일가게 이름이 래핑된 경차도 타고 다닌다. 꼭 남매처럼 몸집이 닮아있다.
후숙을 해야한다고 알려주신다. 조금 더 익어야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바나나도 그렇다. 바나나도 그렇다는 사실은 주부가 되고 알았다. 슈퍼에서 덜 익은 놈과 다 익은 놈이 있는데 다 익은 놈은 30% 가량 싸게 팔았다. 바로 먹어야지 하고 집에 가 포장 비닐을 뜯자 바나나가 줄기에서 후두둑 떨어졌다. 껍질이 바나나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 주려고 산 바나나인데 너무 익어 강아지들과 내가 나누어 먹었다. 다음 번엔 덜 익은 바나나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바나나도 먹고 일석이조였다.
아이들이 크면 부모의 껍질을 벗어나 집을 탈출하겠지. 바나나가 입에서 살살 녹았다. 개들은 컵컵 거리며 삼켰다. 손이 없어 불편하지만 입이 길다. 딸처럼 입이 길어 자꾸만 배가 고프다고 짖는다. 아내는 아직 후숙이 덜 됐다. 농익은 아줌마의 맛이 안 난다. 동안은 이래서 힘들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난 어느 정도가 잘 익은지 몰라 고기도 과일도 자꾸만 묻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