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이면서 동시에 엄마이고 아내이자 직장인이다 그리고 가끔은 며느리.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도대체 되는 일이 하나 없는지'... 20대 시절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오늘따라 되는 일이 없다는 내용인데 슬프게도 그런 날이 정말 있다.
워킹맘의 아침 풍경을 아는가?
내 몸뚱이하나 씻기로 화장하고 머리 하는 것도 부족했던 20대의 나인데
아침밥은 엄마가 챙겨줘서(그땐 그 고마움을 몰랐네 그려) 굶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는데
워킹맘이 된 지금은 새삼 내가 가련하고 대단하다.
눈뜨면 밥솥에 밥을 한다. 얼른 씻고 화장 및 머리를 대충 한다. 정말 대충...
더 자려고 떼쓰는 아이를 깨우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가방 챙겨 겨우 현관문을 나설 때 집은 폭탄을 맞은 모습이다. 어쩔 수 없다. 겨우 등교시키고 나도 출근을 해난다. 벌써 에너지를 50% 정도 소모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이 전쟁이고 출근이 빠른 남편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날은 내년도 위탁사업을 결정짓는 중요한 보고가 있는 날이었다. 긴장한 마음으로 출근 후 전 날 정리해 둔 자료를 챙기고 회의실 세팅을 위해 이른 출발을 하려던 찰나에 아이에게서 톡이 왔다.
엄마 내 리코더 안 챙겼어? 오늘 리코더 시험 치는 날이란 말이야... 평소 같았으면 미안함과 함께 아이를 달랬을 텐데 그날따라 말에 가시가 달려 나간다. 그 와중에 남편을 향한 이유 없는 원망은 1+1이다... 왜 나만 챙겨야 하냐고... 너님은 뭐 하시는지...
한참 보고가 진행되고 예상대로 결론은 잘 나지 않고 해야 할 일만 계속 새로 추가되는 힘든 회의가 끝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아차차 엄마가 오늘 병원에 가신댔는데...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본다.
너무 빨리 전화한 것이 아니냐는 푸념 섞인 엄마의 말에 마음 한 구석이 또 쑥 꺼져버린다. 별일 없이 건강하신 것에 감사하지만 말이다.
통화가 끝난 후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업무를 붙잡고 추가 자료를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6시가 지났지만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워킹맘인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를 보며 '먼저 가겠습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인이 된 느낌. 이 느낌은 영원히 적응 안 될 듯. 제발 6시에 전기 다 꺼주세요 ㅠㅜ
집에 도착하니 나보다 퇴근시간이 빠른 남편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하여 저녁 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못내 미안한 감정을 가져본다(예전에 이 문제로 싸운 적이 있으므로...). 직장에서도 눈치, 집에서도 눈치 보는 내 인생이란 참...
식사 후 설거지, 빨래, 청소를 마치고 딸의 준비물, 숙제, 내일 입고 갈 옷을 챙기고 나면 9시,
딸을 씻기고 나도 씻으면 10시... 책 한 줄 읽을 여유가 남아있지 않은 하루가 지났다. 하루를 살았다기보다 훈련을 하듯 하루를 넘겼다는 느낌이다. 에너지 -500%...
이토록 역할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나는 엄마의 딸이면서 동시에 내 딸의 엄마이고 남편의 아내이면서 직장의 직원이다. 때때로 며느리이기도 하다. 친구는 애초에 포기했다. 이걸 역할갈등이라고 부르나? 버겁다는 느낌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난 그저 나인데 말이다. 내 하루는 내 것인데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은 과연 몇 분인가.
많은 생각 끝에 미라클 모닝을 하기로 했다. 하루 중 극히 일부라도 나를 위해 써보자.
3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 윌라(오디오북)를 틀어놓고 스트레칭을 해본다. 끌려다니는 거 말고 내가 끌고 가는 하루를 살아보자 다짐한다. 아이에게 화도 좀 덜 내고 쫓기는 삶보다 품의 있게 시간을 다스리는 삶 쪽으로 내 삶을 운용해 보자 다짐한다.
내친김에 영어공부 앱도 다운받는다. 짬짬이 챙겨보는 쇼츠에서 벗어나 조금 더 건설적인 일을 하고싶달까? (쇼츠의 정신지배는 정말 대단하다...무섭도록...)
중꺾마. 젊은이들의 줄임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말은 참 맘에 든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맞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성취감을 느낀 게 언제였지? 성취감만큼 기분 좋은 도파민도 없는데 말이다. 살아갈 수 있는 추가 에너지를 주는데 말이다. 의도적 성취감 느끼기에 도전해 본다. 미라클 모닝도 그중 일부이다.
독서도 영어앱도 마찬가지. 성취감을 위한 내 삶의 작은 변화다. 머피의 법칙에 지지 않도록 내 삶의 운전자는 내가 되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작은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 60일... 습관은 루틴이 되고 그 루틴은 내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중꺾마.
세상 모든 워킹맘들 존경한다. 그리고 많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