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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크루와상 Oct 19. 2023

나도 달리는 사람이 되겠어.

시작은 우연이었다.

제주에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었고 꿈꾸던 제주의 삶이 시작되었다. 꿈만 같은 시간은 금방 일상이 되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가족들이 나가고 혼자 남은 조용한 시간이 아까워졌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 혼자 조용한 집에 있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그 감동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하루는 길었고 일주일, 한 달은 짧았다. 집의 평화를 마음껏 최대한 게으르게 즐기던 어느 날 운명처럼 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놀아도 놀아도 하루는 길었고 노는 것도 놀아 본 사람이 잘 논다고 잘 놀고 싶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 실시간으로 아름다워지는 제주의 봄을 걷기로 했다. 눈부신 하늘, 사랑하는 바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신나게 팔을 휘저으며 걸으니 제주에 사는 것이 실감 나며 금세 행복해졌다. 그렇게 행복에 취해 한참을 걷는데 휙 하고 내겐 빛의 속도로 느껴지는 누군가가 스쳐 달려갔다.

"와 여기 캘리포니아야? "

"바다 달리기라니! "

또 한참을 걷는데 다른 러너가 나를 스쳐갔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하고 순간 홀린 듯 결심했다.


나도 달리는 사람이 되겠어


달리기 첫날은 아직도 영화 속 장면처럼 실시간으로 기억난다. 거친 숨소리, 무거운 발걸음, 너무 힘들어 일 그러진 얼굴. 나는 내가 제법 잘 달릴 줄 알았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나를 홀린 그 사람들처럼 가볍게 달릴 줄 알았다. 그 예상은 일 분도 못 뛰고 깨졌다.


이렇게 힘들 수 있다고?

내 몸이 이렇게 몸이 무겁다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은 충격적이었다. 다리가 이렇게 무겁구나, 일 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구나. 고작 이삼 분 달렸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차다 못해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던 나는 30분을 뛰고 걸은 후 나라 잃은 백성의 모습이었다.


황당한 마음과 너덜거리는 몸으로 집에 와 씻고, 달리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잘 달리고 싶어졌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태어나 걷기 시작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는 그 달리기를 꼭 해내고 싶어졌다.


일분도 제대로 달리지 못하던 그날 실망하고 포기하지 않은 내게 박수를 보낸다. 상상과 다르던 첫 달리기는 이제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어 나의 달리는 날들을 응원한다.


이 놀랍도록 이상하고 매력적인 달리기 세상에 나는 풍덩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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