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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크루와상 Oct 19. 2023

드디어 30분을 달린다.

미쳤나 봐. 내가 쉬지 않고 30분을 달린다니.

드디어 30분을 달린다.


처음엔 삼분도 달리지 못하던 내가 이제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줄 알게 되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매일 달렸다.


달리다 보면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된다. 꼼수 없이 단순하고 정직하게 성실을 모으기만 하면 좋아진다. 세상에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 일이 가득한데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니 얼마나 명쾌한 일인가. 3분에서 5분, 5분에서 10분 숨이 넘어갈 듯한 순간을 견디며 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던 어느 날 드디어 30분을 연속해서 달릴 수 있었다. 한 달도 안 돼 그렇게 되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출근한 남편에게 엄마에게 서울에서 여전히 집 앞 5분 거리도 걷기 싫어하는 친구에게 전화해 환호했다.


“내가 30분을 달렸어”

“한 번도 쉬지 않고 30분 동안 달렸다니까?”

“나 정말 멋있지?”

정말 기쁘고 너무 신이 났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결국 해낸 내가 너무 멋있었다.


30분 달리기를 연속해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달리기가 쉬워진 것은 아니었다. 매일 달려도 매일 새롭게 힘들고 이상할 만큼 하루도 가뿐하게 달리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달렸다.


비가 오면 비 때문에 달리기를 하루 쉬어야 할까 봐 하늘을 쳐다보다 비만 그치면 얼른 뛰러 나갔다. 해가 쨍쨍한 날엔 달리다가 몸이 더위에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 달렸다. 가족과 하루 종일 일정이 있는 날엔 혹시 시간 내기 힘들까 봐 새벽에 미리 달리고, 종일 시간을 내기 힘든 날엔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나면 3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며 달렸다. 트렁크엔 늘 러닝화와 운동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누구도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 조차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시간.

다른 방법은 없이 그저 끝까지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내가 세운 목표.

그 목표에 닿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쁨.


봄에 시작한 달리기는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마라톤” 참가 신청을 하면서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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