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by 요진

운이 좋게도, 정말 감사하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가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염원의 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2세를 바랐음에도 임신 중인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특히, 16주부터 임신기간 내내 누워 지내야 했던 나는 내가 지켜야 하는 존재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날 좋은 날 남편과 예정하지 않았던 산책을 나가는 것도, 좋아하던 운동을 하는 것도,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던 내가 즐겨하던 많은 것들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봄날엔 거실 이불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고, 남편의 배려로 탄생한 홈카페 분위기를 음미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수다가 필요할 때면 정말 친한 친구 몇몇을 집에 초대해 이불 위에 함께 누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엔 달래지지 않은 스스로가 있었고, 그때 돌파구처럼 내게 나타난 것이 바로 카카오 브런치스토리였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이 처음은 아니었다. 브런치스토리의 '작가'라는 호칭에 홀려 작가 신청을 했던 적이 있었다. 보기 좋게 낙방했고 바쁜 일상에 브런치스토리를 잊고 지냈다.


임신을 하고 누워 지내던 중 불현듯 브런치스토리가 생각났다. 누군가에게 쏟아내야만 해소가 될 것 같은 이 마음을 담아내기에 브런치스토리가 제일 알맞은 그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그렇게 한 번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마치 스스로에게 편지를 부치듯 한 편 한 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발행했고, 이때 탄생한 브런치북이 바로 '왜 우리는 아이를 낳지 않을까'이다. 날것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다. 그래서였을까? 배가 뭉쳐 종일 누워있던 날이면 어김없이 브런치를 켰다. 마치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브런치와 함께 이룬 작가의 꿈'이라는 주제를 봤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브런치와 함께 이미 나는 아주 큰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새로운 존재를 품고 있는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아이를 낳고, 길러내는 것.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내가 바랐던 건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지인들은 모르는 이 공간에 나의 글을 쏟아내고, 내 자신이 조금 힐링될 수 있기를.


글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마음에 있는 말들을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 무거움이 내가 써내려 간 글로 옮겨가 비로소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봄이(태명)를 마주할 준비를 했다. 남들 다 가는 태교여행 한 번을 못 갔지만, 덕분에 나는 봄이를 39주까지 키워냈고, 순산했다. 봄이를 키운 건 팔 할이 브런치였다.


나의 전문성과 경험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문장이 될 수 있지만, 나의 솔직한 글은 스스로를 바꾸는 문장이 될 수 있다. 브런치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나도 브런치를 통해 또 다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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