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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Feb 05. 2024

인생은 새끼곰처럼

치열하게 살아갈 용기

뒤집기 위해 모든 힘을 쓰는 아이


잠시 핸드폰 알람을 확인하고 아이를 쳐다보니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어야 할 아이가 두 팔로 바닥을 딛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첫 뒤집기 순간이었다.


50일 촬영 때 목을 너무 잘 가눈다 칭찬받았던 아이는 한동안 터미타임 정체기를 보냈다. 하루 2번은 터미타임을 시켜주었으나 아이가 썩 좋아하는 것 같지도, 시간이 눈에 띄게 늘지도 않았다.


뒤집기를 하고 기려면 계속 엎드린 상태로 목을 가누고 팔로 지탱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과연 아이가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차에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첫 뒤집기 이후로도 아이는 5번이나 연달아 뒤집기에 성공하고 나서야 지쳐 잠에 들었다. 뒤집기가 거듭될수록 힘에 부치는지 몸을 뒤집으며 끙끙대는 아이의 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본인의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좋아서인지 뒤집기 삼매경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끙끙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뒤집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를 보며 얼마 전 보았던 새끼곰 영상이 떠올랐다.


엄마곰과 눈으로 덮인 절벽을 이동하다 절벽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새끼곰. 작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절벽을 오르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엄마곰에게로 가는 데 성공하는 영상이다.


3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영상을 일단 틀면 어느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기곰을 응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많이 유명한 영상이지만 아직 못 봤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눈절벽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새끼곰 영상


아찔한 순간들이 많지만 엄마곰을 바라보며 결국 해내는 새끼곰을 보며 나는 우리 아이를 떠올렸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상 모든 것이 낯선 우리 아이들의 하루하루도 아기곰과 같이 치열하겠구나.



우리도 모두 처음이 있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척 처음부터 잘했던 척하는 우리들도 분명 처음이 있었다. 그리고 꽤나 치열한 노력으로 우리의 '처음'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처음은 많다.


나는 엄마가 된 것이 처음이고, 아기를 키우는 것 또한 처음이며 앞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날들이 나에게는 처음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처음을 밝히는 것, 처음이라 서툴고 잘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 꽤나 어색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처음을, 그로 인한 서툼을 인정하지 않을수록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도 같이 사라지는 듯했다.


죽을힘을 다해 엄마곰을 따라 살아가는 새끼곰을 보며 다 큰 우리가 오히려 치열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 건 왜일까.


해당 영상의 댓글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 건 나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용기를 얻었으며, 새끼곰도 저렇게 포기하지 않는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댓글이 정말 많다.


나 또한 그중 하나였다.


엄마와의 생존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절벽을 올랐던 새끼곰처럼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순간을 치열하게,


인생은 새끼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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