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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Jan 27. 2024

내 생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깨달은 진실

남편과 밥을 먹다 문득 곧 내 생일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일: 세상에 태어난 날. 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


생일은 세상에 태어난 날을 말한다. 매년 우리는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그날의 특별함을 기념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막연히 생각은 했던 것 같다.


내 생일, 남편 생일엔 우리가 아닌
엄마와 어머님을 기념해야 한다고.


그래서 나름 결혼 후 첫 남편 생일 땐 어머님께 큰 꽃다발을 안겨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그런 행동들은 이성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돌아오는 내 생일을 떠올리며 그간 내가 오롯이 주인공이 되어 보낸 숱한 그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막을 새도 없이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도 나는 생일에 "진심으로"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던 적이 없었다.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어떤 날을 보냈는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전혀 알지 못했다. 임신하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의 임신과 출산이 궁금해졌고, 엄마의 그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식탁에 앉아 딸의 생일이자 나의 출산일을 떠올렸다. 새벽부터 병원에 도착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유도분만을 시작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밤이 되어서야 아이를 품에 안았던 날. 나의 엄마도 나의 생일을 이렇게 보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앞으로 매년 딸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아마도 아이의 선물을 챙기고, 케이크를 준비하고, 파티를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나의 출산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겠지. 그래도 아직은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 나는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남편만큼은 딸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나를 챙겨줄 것을 다시 한번 말하며 웃음 짓는 것으로 저녁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나는 생일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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