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별아, 네가 여행을 떠나는 날 입은 꼬까옷은 특히나 너무 예뻐서 한참 쳐다봤던 것 같아.
하얗고 고운 레이스 달린 예쁜 모자에 앙증맞은 빨간 꽃이 수놓아져 있는 아이보리 색의 뽀얀 옷을 입히고 목화솜을 넣은 베개가 달린 보(褓)로 너를 감싸니 어찌나 뽀얗고 아기 같던지...
네 옷은 특별해서 항상 엄마가 만들어 줬었지. 암으로 인해 생긴 뒷다리 혹이 어디 스쳐서 상처가 나지 않을까 싶어 네가 싫어도 항상 옷을 입힐 수밖에 없었어. 시중에 파는 옷들 중엔 너에게 맞는 옷이 없어서 고민하던 엄마가 열심히 연구해서 네 맞춤으로 만든 옷들. 마지막에 네 물건을 정리하면서 보니 누나 외출복 보다 많더라. 하하하.
별아, 엄마 참 대단하지 않니?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퇴근하고 오니 엄마가 방에서 보따리를 하나 가져오셨어.
"엄마, 이거 뭐야?"
"한번 꺼내 봐. 엄마가 만들었어."
뭔가 오랜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살짝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길래 도대체 뭘 만드셔서 오자마자 자랑을 하실까 하며 설렌 마음으로 보따리를 열어보니 작은 옷 뭉치가 나오는 거야.
누나는 보자마자 알았어. 이게 네 수의라는 걸.
"엄마, 언제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한 거야?"
"별이 아플 때부터 생각했지.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지. 별이 수의는 내가 만들어 주고 싶더라. 이거 엄마가 엄청 공부해서 만든 거야."
그동안 혼자서 네 마지막을 고민했던 엄마는 생각대로 예쁘게 만들어진 네 수의를 보고는 뿌듯한 마음에 누나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아. 그런데 누나는 왈칵 눈물이 나오고 말았어.
네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에게 어울리는 원단을 고르고, 다른 수의들을 보며 어떻게 만들지 연구하고, 한 겹 씩... 한 땀 씩... 그렇게 만들어가면서 엄마는 얼마나 수없이 이 옷을 입을 널 상상했을지...
엄마의 마음과 정성이 온전히 옷에 담겨서일까? 이제껏 만든 옷들 중에 가장 섬세하고 예쁘게 만들어진 것 같아. 그렇게 온 마음을 담은 완성작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니.
그래서 네 마지막 꼬까옷은 정말 네가 입었던 옷들 중에 가장 너와 잘 어울렸고 정말 예뻤단다.
이래서 네가 엄마바라기였구나? 너는 진작에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누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만 좋아한다고 질투했네. 누나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 별이 마음에 가득했던 거야.
별아, 아직도 엄마는 널 너무 그리워해. 가끔 엄마 꿈에 그 예쁜 옷을 입고 나와줄래? 그러다 누나랑 형 꿈에도 잠시 들려주라. 너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