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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일기

1096. 육아일기

아이 커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625 때 월남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대학졸업까지만 책임지시겠다고 하셨다.

혈혈단신으로 내려오셔서 4남매를 독립시키셨으니 대단하신 부모님이시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육아도 분담해 주셨다.

비슷한 상황이 되니

육아를 분담해 주셨던 부모님께 새삼 감사드리게 된다.


큰 아이가 맞벌이를 한다.

부모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육아분담을 하고 있으며

아내 지시(?)로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부모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지만

조부모도 쓰고 부모도 쓴다고

무엇이 문제 될까 싶었다.

각각의 세대에 맞게

조부모는 글로 쓰고, 부모는 영상으로 쓴다.


육아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

식사, 어린이집 생활, 행동, 언어 특이사항을 기록하고 있다.

쓰기 시작하며

진작 쓸걸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부모에게 필요한 기록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가 커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에 대한 사랑도 깊어지는 듯하다.

아이 키우는 재미도 배가된다.

이래서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나 보다.


육아일기를 쓰고 있기는 하나

육아는 할머니 몫이고 나는 주방담당이다.

텐션 높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내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보다 텐션 높은 아내, 칼질할 줄 아는 남편이 역할을 분담했다.

난관도 있다.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할머니,

두 아이가 어떻게 자랐는지 경험해보지 못한 할아버지

키우다 보면 생각나겠지만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식단과 육아방법을 의논한다.

조부모의 육아원칙은 강요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부모 마음은 속이 타겠지만

한 다리 건너서 인지

아니면 희미한 기억과 경험 때문인지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가 신기하다

어느 순간 말을 하고

어느 순간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말이 늦었지만

23개월 차에 문장을 이야기했고

30개월 차에 부모와 대화할 정도니 늦은 것은 아니다.

34개월이 되니 기저귀차기를 거부한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기저귀를 졸업하고 팬티를 입고 다니니 따라 하겠단다.

기저귀를 졸업시키는 것도 몇 번의 실수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기저귀위에 팬티를 입고 가다 팬티 위에 기저귀를 입고 갔다.


그나저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어떻게 세네 명씩 어린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같이 놀아줄까?

한 명과 놀아주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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