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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행복의 기준은 변한다.

세상이 변해 높은 지위는 선택경로 중 하나가 되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범인들이 행복을 가늠하는 잣대인 호화주택, 대형차, 기름진 음식, 높은 지위 등은 매우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같이 붙어 다니는 속성이 있다. 주관적 특성이란 개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기준과 잣대가 달라져야 하나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상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남들과 비교한다는 것으로 비교는 불행의 단초이기도 하다.

호화주택, 대형차, 기름진 음식, 높은 지위는 주관적 특성으로 인해 수치로 표현하기 모호하다. 하지만 영민한 인간은 사회적 통념까지도 수치화하여 표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치는 빈부를 가르고 행복도 재단하며 세금부과 기준이 되기도 한다.


호화주택은 면적을 기준으로 해야 합당할 것 같으나 가격차이로 인해 서울아파트 100㎡와 지방아파트 100㎡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1세대 1 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12억 원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 활황기에 국민평수라는 84㎡도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84㎡아파트가 호화주택이라는 것에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오늘 논제가 아니니 패스하고.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행복한 것이고 세금을 내지 못한다면 불행한 것인가? 현실은 반대의 경우도 있다. 퇴직 후 별 소득이 없는 사람은 종부세를 감당하지 못하니 아파트를 보유한 것 자체가 불행일 수 있다.

불행을 가르는 기준이 12억 원은 아닐지라도 부유와 빈곤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수치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파트가격 상승기에 잠깐 종부세를 납부하다 하락기에 접어들며 종부세를 내지 않고 있다. 20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며 하락과 상승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데도 부유와 빈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자동차세는 지방세로 도로 유지 및 개선과 교통시설보수 등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목적세 성격이 강하므로 차량 무게와 운행거리를 감안해 과세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화물차 자동차세는 매우 적다.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정치가 개입되니 현실과 목적은 괴리되어 모순덩어리 세금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 승용차는 2000cc를 기준으로 대형차와 중형차를 구분했기에 제작사에서는 중형차 배기량을 1998cc로 맞추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여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배기량이 적어도 높은 출력을 낸다. 배기량이 커다란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되었다. 요즈음은 배기량 1600cc 이하는 cc당 140원, 1600cc를 넘으면 200원으로 과세한다. 또한 1억 원 넘는 테슬라전기차 세금은 연 10만 원에 지나지 않지만 전기차는 배터리무게로 인해 도로 파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세 목적에 부합하려면 전기차는 가솔린차보다 세금을 많이 부과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큰 차, 튼튼한 차를 선호한다. 승용차는 배기량에 따라 차량무게가 증가하므로 자동차세가 일견 합리적인 과세기준 같지만 한편으로 불합리하다. 배기량이 커도 주행거리가 짧다면 도로파손이 적기에 자동차세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폐차 수준의 썩음 썩음 한 3500cc를 타고 다녔을 때 배기량이 적은 고가의 외제차보다 세금을 많이 냈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배기량 1600cc가 행불행을 가르는 기준이 아닐지라도 부유와 빈곤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수치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나타를 타는 사람들이 부유층이란 기준에는 반대가 많을듯하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공무원사회에서 공금으로 먹을 수 있는 기름진 음식의 기준가격은 3만 원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고기와 참치회는 본인 돈으로 사 먹어야 한다. 나쁜 규제가 아닌데도 상당히 거추장스러웠다.

퇴직 전 직원들과 회식한다 하면 순대집에서 막걸리를 자주 마셨다. 같이 근무했던 식구들은 나를 순대마니아로 알고 있으나 그건 아니다. 내부감사나 감사원감사에 적발될 경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현재는 물가가 올라 돼지고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먹어도 3만 원을 초과하기 일쑤다. 10명이 회식하고 20명이 회식했다고 서류를 꾸며야 뒤탈이 없다. 국정감사 또는 인사청문회 때 가끔 불거지는 식사비용문제에서 국회의원들은 자유로운지 뒤돌아봐야 한다. 본인들은 10만 원짜리 식사를 하며 공무원의 4만 원짜리 식사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닌지... 여하튼 고물가 시기에 맞는 기준이 아닌 듯 하지만 3만 원은 기름진 음식 여부를 가르는 잣대이다.


직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초급간부고시를 패스해야 간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간부들 속이 썩어 문 드러 질지언정 ‘간부=행복’이란 등식이 성립하던 시기였으며 샐러리맨에게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은 유일했다. 초급간부고시시즌이 되면 아내들이 시장에서 몸보신용 닭을 싹쓰리할 만큼 치열했고 초급간부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직급은 피라미드 형이었으니 고위직급으로 승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초급간부로 정년퇴직하는 동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초간고시 경쟁률이 미달이다. 정해진 인원도 뽑지 못하고 외부 인력으로 충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해지며 평 직원으로 정년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조합원은 구조조정하기 어려워 최소한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며 임금협상 시 하후상박이 수년간 지속되다 보니 연봉격차도 해소되어 유인효과도 감소되었다.

이제 세상이 변해 높은 지위는 선망의 대상이 아닌 선택경로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평직원의 연봉도 높아져 지위와 연봉이 정비례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졌으며 더 이상 ‘간부=행복’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著, 해냄刊)

如如(여여)한 마음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꿈을 좇되 욕심부리지 않고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면 됩니다. 살다 보면 알게 됩니다. 원하는 것이나 갖고 싶은 것은 자꾸 저만치 도망가고 싫은 것이나 피하고 싶은 것은 자꾸 나를 따라오곤 합니다.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고, 싫은 걸 다 버릴 수도 없는 게 인생입니다. 내가 꼭 갖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도 갖고 싶어 하기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싫은 것은 다름 사람도 버리고 싶어 하기에 여차하면 네게 오기 십상입니다.

그럴 땐 괴로움도 즐거움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통과시키면 인생은 그럭저럭 살맛 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좋은 일도 맞이하고 나쁜 일도 맞닥뜨리며, 배부르기도 하고 굶주리기도 합니다, 욱거나 울고, 힘이 생기기도 하고 빠지기도 합니다. 행복에 겨웠다가 불행에 시달리기도 하며, 마음이 넉넉했다가 옹졸해지기도 하며, 살맛이 났다가 죽고 싶을 때도 있는 게 인생입니다. 인생의 부침은 나쁜 게 아니라 사람다운 겁니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따릅니다. 돈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도 사라지게 되니 돈을 모으려고 안달하지요.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돈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권력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권력을 잃지 않으려 별의별 짓을 다 니다.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권력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명예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명예를 빼앗기지 않으려 질투, 모함을 가리지 않지만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명예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인품은 빼앗기지 않는 것이기에 인품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늘 如如할 수 있습니다. 如如하다는 것은 분별된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를 말합니다. 배려하고 베풀고 덕을 쌓았기에, 사랑하고 용서하는 품격을 갖추고 인간 명품으로 살았기에, 사람들이 늘 그의 곁에 오래 머뭅니다.


법륜 스님의 행복 (법륜著, 나무의 마음刊)

행복의 비결

세상살이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원하면 다 이루어진다’는말은 환상이고 욕심입니다. 이때 원하는 것에 매달려 울고불고하면서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그런 가운데서도 행복하게 살 것인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괴로운 거지 이런 생각이 없다면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어져도 그만이에요. 어떤 일이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않던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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