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Jun 13. 2024

877. 백남준을 만나게 될 줄이야

신세대 앙팡테러블들이 계속해서 백남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24.02.18 비소식이 있어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퇴직하며 알았다. ‘국립’이란 단어가 붙으면 무료이거나 입장료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입장료가 무료다. 기획전시 성격에 따라 입장료가 있다. 이 또한 매우 저렴하고 24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은 무료이며 각종 유공자, 장애자 등 할인 스펙트럼이 넓다.

 가우디성당이 약 2만 5천 원에 가이드가 붙으면 8만 원 정도, 루브르박물관도 2만 5천 원 정도 하니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다. 


 기획전시 ‘이신자, 실로 그리다.’는 입장료가 2000원이다. 이신자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고 전시 마지막 날이다. 실로 그린다고 하여 매듭이나 자수를 상상했으나 전시회 제목과 같이 실로 그린 그림이다. 작가는 1930년생으로 부모님 연배시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1세대 섬유공예가 이자 교육자로 이번 전시는 이신자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전시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작품은 ‘한강, 서울의 맥’이란 작품으로 길이가 19M에 이른다. 1994년 서울 定都(정도) 600주년 기념작으로 3년에 걸쳐 제작한 대작이다. 한강을 따라 63 빌딩, 올림픽 주 경기장, 올림픽대교, 팔당댐 등이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소장품이다.


 작가는 울진이 고향인 듯하다.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그렸다는 작품은 울진 앞바다와 산이다. 아마도 산은 응봉산을 비롯한 태백산맥 줄기를 실과 염료로 표현했을 듯하다. 잠시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할 때 봤던 풍경들을 되살려냈다.

 작가의 작품도 뛰어났지만 큐레이터의 예술 감각이 돋보였다. 큐레이터가 작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함은 물론 전시공간 전체의 구도와 빛을 잘 조화시켜 개개의 작품을 합쳐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든 셈이다. 큐레이터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도화진 님이다.


 백남준을 만나게 될 줄이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 방문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뜻밖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을 만나게 되었다. 행운이다.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 Merry Mix: The More, The Better"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대표소장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대대적으로 복원해 다시 켜는 것이다. 1988년 모니터 1003대를 이용한 대규모 영상설치작품 ‘다다익선’을 설치했다. 이번 전시는 다다익선이 탄생하게 된 과정, 다다익선을 통해 상영되는 영상, 내구연한 10년인 모니터를 34년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오마주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8년에 만났던 백남준의 작품은 솔직히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상하게 쌓아놓은 TV에 지지직거리는 화면이나 뜻 모를 영상을 보여주며 작품이라 하는 ‘奇人(기인)’내지 ‘狂人(광인)’정도로 생각했다. 솔직히 현대 예술을 이해할만한 소양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니 그가 왜 천재였는지 이해되었다. 작가는 작고했으나 생전의 그처럼 왕성하게 작품을 창작해내고 있다.

 개천절인 10월 03일을 의미하는 100개 모니터 몇 개에 화면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삼성에서 기증받았다는 모니터도 구형이다. 후배예술가들은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유지보수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아마도 훗날 8K OLED 모니터로 다시 찾아오게 될 것 같다. 

 백남준은 자신의 작품을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이 함께하는 최초’이며 ‘신구세대 앙팡테러블들의 즐거운 협연’이라고 표현했단다. 현재 신세대 앙팡테러블들이 계속해서 백남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날치 밴드가 소리와 화면으로 오마주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이밖에도 2층원형전시실과 원형정원에서도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달뿌리’가 뭔가 했는데 한국 전역 하천가에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정원을 둘러싼 관악산과 청계산의 능선은 정원과 하늘을 구분하는 경계선이며 원형정원에 식재한 식물은 미술관 주변 산하에서 자라는 식물들이다. 

 비 오는 날이라 원형정원과 야외정원을 자세히 보지 못했으며, 관악산과 청계산 능선도 흐리다. 야외정원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같이 눈에 익은 작품이 보인다. 구경거리를 놓고 온 것이 다행이다. 맑은 날 찾으면 야외 전시장에서도 많은 볼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876. 커피원두 베갯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