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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Jun 11. 2024

876. 커피원두 베갯속

이렇게 신경 써서 볶는 줄 모르고 마셨다. 새삼 고맙다. 친구들아

 아직 Roaster특성이 파악되지 않았다. 300g을 넣었더니 열량부족과 교반불량이 생겼다. 첫 번째 원두가 타더니, 두 번째 원두가 설익은 것은 Roaster도 일부문제지만 로스팅기술부족이 절대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oaster는 매우 중요하다.

 사용하는 Roaster는 온도와 시간을 설정하는 다이얼이 두 개 달려있다. 정밀하지 않으니 온도다이얼은 225도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 가열온도 225도는 로스터 세팅치이지 실제로 225도까지 올라가는지 모른다. 또한 로스터 바닥 온도인지 챔버 온도인지 불명확하지만 확실한 것은 구조상 챔버 온도는 아니다. 시간을 설정하는 타이머는 그다지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30분을 설정하는 것 혹시 모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며 시간이 설정되어야 Roaster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열시간 3분, 총 로스팅시간 20분 등의 카운팅은 핸드폰 초시계를 이용한다. 

 공학적인 판단으로는 고가 로스터들은 챔버온도를 기준으로 컨트롤되어야 한다. 또 챔버온도를 감지하는 계측기와 정밀급 타이머도 장착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예전 발전소 현장에 있을 때 봤던 설비 컨트롤 원리를 보면 그렇다. 원자력발전소 원자로도 그렇고 화력발전소 보일러도 그렇다. 심지어는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귀뚜라미보일러도 온수 온도를 원하는 온도로 데우려면 온수온도를 검출하고 히터를 제어한다.


 지난번에 오버히트시켰던 Guatemala huehuetenango SHB EP를 다시 연습대상으로 삼아 이번에는 150g만 투입했다. 커피 5잔 정도를 내릴 분량이므로 성공만 한다면 그리 번거롭지 않은 분량이다. 가열온도는 225도로 전과 같고 예열시간은 3분이다. popping이 일어났고 갈색으로 변했다. 로스팅을 18분 만에 종료시켰다. 

 full city로 Roasting 해야 하지만 원두 색상을 보면 한 두 단계정도 낮은 정도로 Roasting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랬는지 모르겠으나 연습과정이니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 또한 원두 판매사에서 full city로 Roasting하라는 권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150g을 투입했더니 이번에는 투입량이 조금 부족한듯하다. 과소투입해도 교반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Roaster에는 200g으로 늘려야겠다. 교반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은 로스터 구조도 원인이다. 교반날개의 개조도 생각하고 있다.


 Roaster후 3일간 숙성시켰다. 과연 청포도, 체리 아몬드, 사향초, 맥아 향과 맛을 발현시켰을까? 핸드 그라인딩단계에서 덜 익은 것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맛 또한 덜 익은 맛이고 산미와 향기도 수준이하다. 이번에도 실패했고 아이스아메리카용으로도 부적합한 맛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품종은 블랜딩 할 때 베이스로 좋은 원두라고 한다.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이 원두는 단독으로 감탄할 맛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프로들이 Roasting 해야 고유의 향미를 발현시킬 듯하다. 연습이니 다음에 또 한차례 볶을 예정이다. 태우지 않고 설익지도 않은 잘 익은 상태로 


 삼세판을 하던 삼세번을 하던, 덜 익은 Guatemala huehuetenango SHB EP를 어찌할 것인가? 오버 히팅 시켰던 원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전용으로 사용하면 되지만 맛이 떨어지는 원두는 어디에 쓸 것인가?

 예전, 전남 보성에서 녹차밭을 운영하던 지인이 녹차씨를 넣은 베개를 선물했었다. 작은 도토리만 한 녹차씨를 속으로 넣은 베개는 지압효과도 있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했었다. 덜 익은 원두도 알이 큰 편이라 베갯속 재료로 사용할까? 잠결에 커피 향을 맡는 것도 괜찮을 듯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커피원두베개는 검색되지 않는다. 뭔가 이유는 있을 것이며 베갯속으로 쓰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다.

 고민 끝에 오버 히팅 시켰던 원두와 덜 익은 원두를 섞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더니 먹을만하다.


 지인들이 내려주거나 커피를, 보내주는 원두를 자주 맛봤다. 이렇게 신경 써서 볶는 줄 모르고 마셨다. 새삼 고맙다. 친구들아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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