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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Jun 18. 2024

879. 그런대로, 예가체프 G2 washed

남편의 노력이 가상하다는 이야기인가?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의 cupping note는 딸기, 파인애플, 군고구마, 망고, 아몬드향이다. 향, 산미, 단맛 등이 균형 잡힌 커피다. Roasting 포인트는 city로 중간갈색을 띄게 볶아내야 한다. 여기에서 cupping note는 맛과 향 설명하는 자료로 tasting note라고도 한다. 

 cupping note는 커피를 분쇄할 때 향기, 커피를 내릴 때 향기, 커피를 마실 때 맛과 향, 마시고 난 후 입안에 감도는 맛과 향을 전문가들이 기록한 것이다. 크게 꽃향, 과일향, 허브향으로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는 과일향이 많이 나는 반면,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같이 망고, 딸기, 자몽, 장미, 자스민 향을 꽃향과 과일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원두도 있다. 


 설마, 커피에서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난다고? 스타벅스나 테라로사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집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는 향을 찾기 어렵다. 체인점에서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를 맛본 기억이 없다. 특히 커피에 달콤한 시럽을 듬뿍 넣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좋은 생두를 잘 볶아도 숙성시키지 않으면 커피맛과 향은 떨어진다. 예전 TV프로그램에서 갓 볶아낸 원두로 커피를 내린 후 맛을 본 사람이 바로 뱉어내는 장면을 본 적 있다. 또한 볶은 지 오래되어 산패한 커피나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여 다른 음식 냄새를 빨아들인 커피도 커피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다. 이 경우에는 냉장고 탈취제로도 사용한다. 


 입과 코가 둔감한 편이라 여러 가지 향을 모두 잡아내지 못한다. cupping note를 보고서야 ‘아! 이것은 장미향이구나, 과일향은 딸기맛과 향이구나’를 안다. 전문가가 cupping note를 만들었지만 전문가도 사람이며 맛과 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누구는 장미향을 누구는 망고향만 느낀다 해도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숙련된 로스터가 좋은 생두로 커피를 볶았다면 향이 난다는 것이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터는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보다 행복하다. 바리스터는 ‘커피를 분쇄할 때의 향기, 커피를 내릴 때 향기, 커피를 마실 때 맛과 향, 마시고 난 후 입안에 감도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소비자는 분쇄할 때, 내릴 때 향기를 맡지 못한다. 아쉽게도 cupping note에서 이야기한 전부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향은 10년 이상 사용한 핸드 그라인더에 밴 커피 향이다. 온갖 품종의 원두가 거쳐간 향이기에 오묘한 향이 그윽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 일품이다. 어느 원두로도 흉내 낼 수 없는 향기로 원두 그라인딩 후 일부러 그라인더의 향을 맡기도 한다.

 핸드그라인더는 오래되어 칠도 벗겨졌지만 배어있는 향 때문에 바꾸지 못한다. 마치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이 연상된다. 오랜 기간 와인의 향을 머금었기에 빈 오크통에서도 어마무시한 향기가 난다. 위스키를 와인오크통에 저장하면 숙성되는 과정에서 이전에 없었던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사용 중인 핸드그라인더가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세상에 없는 커피 향을 풍기고 있는 것은 맞다. 


 생초보가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를 로스팅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쓸데없는 絮說(서설)이 너무 길었다. 이번 투입량은 200g이다. 300g일 때는 많았고 150g은 적었기에 200g이 적합한 듯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교반이 제일 양호하고 적당히 익는 듯하다. 그래도 교반상태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 추후 로스터를 tuning 해볼까 생각 중이다.

 로스터의 온도는 225도로 하고 예열은 3분을 하기로 했다. 산미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생두판매사에서 권장하는 로스팅단계보다 조금 연하게 볶았다. 예가체프 아리차를 조금 연하게 볶았더니 맛있다고 했다. 


 숙성 후 그라인딩과정에서 핸드밀을 돌릴 때 조금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덜 익은 것은 확실하다. 커피를 내리니 약간 덜 익어 가벼운 맛이 난다. 산미와 단맛 향은 아리차보다 못하나 그런대로 마실만하다. 의도적으로 약하게 볶았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성공이라 하지 못한다. 다음번에는 popping이 완전히 일어날 때까지 조금 더 볶으려 한다.  

 독학으로 로스팅하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생겼다. 연습용으로 5종의 원두를 구입했으며 원두마다 커핑노트와 로스팅포인트도 다르다. 高價(고가) 커피가 당연히 맛있다. 비교하게 되니 低價(저가)는 맛이 없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단계를 차츰 높여야 하는데 볶는 순서가 들쭉날쭉하다.


 아내와 작은아이를 마루타로 삼았다. 마루타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에 대한 마루타의 평가는 ‘그런대로 먹을만해요’다. 남편의 노력이 가상하다는 이야기인가?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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