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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앉는 마음
Nov 19. 2024
946. 예가체프 게이샤
가격이 낮은 Geisha
Ethiopia yirgacheffe Abaya Geisha G1 natural의 cupping note는 blackberry, Plum, Peach, Guava, Brown Sugar다. 품종은 Ethiopia Geisha이며 Ethiopia coffee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나, Geisha 품종 중에서는 가장 가격이 헐하다. 거래처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가장 높은 Geisha는 킬로그램당 43만 원이며 이 품종은 21500원이다. 아직 Geisha를 로스팅할만한 실력이 되지 않으나 이 품종은 다른 yirgacheffe와 비슷하게 로스팅하면 된다고 한다.
이 품종의 특징은 향기(Aroma)가 매우 뛰어나고 후미강도(after taste intencity)와 풍미강도(flavor intencity)가 좋다는 것이다. 판매사에서는 1차 popping 절정에서 배출하라 했으니 적당한 선에서 덜 익히라는 권고다. 245˚C로 12분 30초 로스팅하여 178그램을 얻었으니 제작사권고보다는 덜 익혔고 내 입맛에 맞는 수준으로 로스팅되었다.
. 3일 숙성이 되어 원두에서는 구수한 내음이 올라오나 참기름 정도의 고소한 향이 올라오지 않는다. 판매사 권유보다 덜 볶은탓이다. 원두에서는 yirgacheffe 고유의 신 향이 난다. cupping note에는 없어도 꽃향기도 난다고 하지만 과일향에 가깝다.
손녀집에는 핸드밀과 추출도구 한 세트를 갖다 놓았다. 이 커피는 손녀집에는 핸드밀을 사용해 그라인딩 하고 사부가 준 고노타잎, 칼리타타잎 드리퍼를 사용했다. 사부는 드리퍼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난다며 사용해 보라고 했다.
핸드그라인딩을 하니 서걱거리며 힘들게 갈린다. 성기게 갈렸는지 고노타잎 드리퍼에 물을 붓자 모래밭에 물을 부은 듯 물이 내려갔다. 커피 30g에서 300ml 커피를 추출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커피 맛이 추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 칼리타 타잎 또한 속도가 덜하지만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다.
사부는 드리퍼가 달라져도 커피맛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사실이었다. 고노타잎은 맑고 깨끗하며 잡미가 없다. 칼리타는 고노타잎에 비해 속도가 느렸지만 커피맛은 가벼웠다. 로스팅이 잘되었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커피 추출에 실패했다.
추출에는 실패했지만 나쁜 맛은 아니다. 그라인딩 할 때부터 시고 달콤한 과일향이 퍼진다. 추출된 커피는 산미가 강하고 상큼한 단맛은 달다. 향은 과일향에 가깝고 내추럴 가공방식 특유의 꼽꼽한 향도 갖고 있다. 하지만 후미강도가 좋다고 했으나 너무 빠른 시간에 커피를 내려서인지 맛의 여운이 길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커피 물 온도를 올리거나 원두의 분쇄도를 올리면 된다. 커피 전문서적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90˚C ⨦5˚C 물을 사용해 추출하라고 권한다. 온도가 높으면 수율은 높아지나 쓴맛이 강해지고 낮으면 풋내가 나며 맛이 연해지고 밍밍한 커피가 된다. 나는 수율이 떨어져도 잡미 없는 85˚C를 선호한다. 물 온도를 높이기보다 분쇄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해야 적정 추출시간 3분 이내라는 커피추출 레시피도 지킬 수 있다.
여기서 적정 추출시간 3분 이내라는 것도 절댓값은 아니다. 나는 종이필터를 뜨거운 물로 린싱하고 물을 버린다. 커피파우더를 넣은 후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촉촉하게 스미게 하고 30초가 지난 후 2분 10초 정도 커피를 추출한다. 원두 30g으로 추출된 커피액은 120ml로 매우 진하다. 취향에 맞게 뜨거운 물을 부어 200ml 정도로 희석한다.
이때 커피맛이 최고로 좋다. 커피의 향기, 상큼한 맛, 단 맛은 초기에 추출되고 쓰고 떫은맛 등의 부정적인 맛은 나중에 추출된다. 커피 내릴 때 물의 온도와 시간 등은 절댓값은 아니지만 맛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하기는 하다.
핸드밀 래치를 조정해 분쇄도를 높였다. 분쇄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물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 분쇄도를 너무 높이면 쓰고 떫은맛이 따라올 수 있으며 너무 낮으면 커피맛이 추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핸드밀로는 분쇄도를 높인다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부정적인 맛은 덜 따라온다. 전동밀 정도로 곱게 갈기 위해 분쇄도를 높이면 손으로 갈지 못할 정도가 된다.
덜 익혔기에 원두를 분쇄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싶었지만 너무 빡빡하다. 요즘 근력운동 부족이니 팔운동 하는 셈치고 핸드밀을 돌리는데 무척 힘이 든다. 칼리타타잎 드리퍼를 사용해 85˚C 물로 내린 커피 양은 150~160ml 정도로 전동밀보다는 성기게 갈아졌다.
집에서 사용하는 Chemex 드리퍼로 커피를 내릴 때보다 추출양이 조금 많았지만 첫맛이 달고 과일맛의 산미가 높다. 단맛의 여운이 길고 혀를 감도는 느낌은 매끄럽다. 마셔본 예가체프중에서는 가장 강렬한 맛이다.
다른 사람들 입맛은 모르겠으나 120ml로 추출했을 때 커피맛과 향이 최고로 좋다. 또한 커피가 진하면 로스팅이 잘 되었는지, 브루잉이 잘되었는지 판단하기 좋다. 커피를 내리고 물에 희석하기 전 혀를 적실 정도로 조금 마시는 것이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를 구분하는데 좋은 것 같다. 이후는 취향에 맞게 희석해서 마시면 된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