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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이랑 Mar 05. 2022

체중 증가와 함께 찾아온 것들

몸과 마음의 균형 찾기

 암 이후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체중이었다. 암환자라고 하면 대부분 비쩍 마르고 안색이 거뭇한 모습부터 떠올릴 텐데 이 또한 미디어가 만든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소화기관 관련 암환자들의 경우 체중이 감소하는 것을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런데 유방암만큼은 예외라고 말하고 싶다. 유방암은 여러 암들 중에서도 식이가 가장 자유로운 암이다. 암종을 불문하고 항암 중 금기시되는 회, 육회 등 날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첫 항암을 시작하며 병원에서 영양교육을 받을 때도 ‘뭐가 되었든, 무조건 잘 드셔야 합니다.’가 가장 큰 가이드라인이었다. 매 끼니 건강식을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렇게 제한을 두면 오히려 식이 가능한 음식의 범위가 좁아져 환자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특히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외식이든 배달이든 일단 먹는 게 중요하다. 수술은 몇 번이고 해도 항암은 두 번 다시 못하겠다 할 만큼 항암치료는 체력적, 정신적으로 꽤 많이 힘들다. 체력이 유지되어야 항암이 그나마 버틸만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잘 먹어야 함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강조한다.


암환자가 되기 전에는 전날 밤에 라면을 먹고 자도 멀쩡할 만큼 붓지 않고 살이 안 찌는 비쩍 마른 체형이었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모르고 살았고,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바지를 살 때면 가장 작은 사이즈를 사도 허리가 남아 수선해야 했으니 너무 마른 몸도 나름의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먹는 건 참 좋아했다. 식성은 그대로인데 첫 항암 이후 체질이 변하니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여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의 암이어서 항암 이후 ‘타목시펜’이라는 약을 먹어야 했다. 타목시펜과 체중 증가가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항암이 끝난 뒤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되면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찌 됐든 타목시펜과 함께 때아닌 갱년기 증상이 찾아오며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되었고 전에 있던 만성적 우울증이 증폭되었다.


그렇게 암수술과 재건 성형, 항암, 호르몬 치료 등을 거치며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렇다고  전의 몸이  훌륭했던  아니지만) 3 전쯤,  항암치료가 끝나고 1  정도 지났을 무렵 체중감량과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고자 요가를 마음먹고 다시 시작했다.  발로 서서 하는 동작  전에는 곧잘 되었던 동작들이 안되니 좌절감이 밀려왔다. 몸과 마음의 균형 모두 많이 무너졌음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삶의 가장  과제는 균형 찾기가 되었다. 특히 마음의 균형에 집중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제대로 관찰해본 적이 없었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선생님이 제시해준 가이드라인을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명상, 운동, 글쓰기, 만들기 . 그중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집중해서 되풀이했다. 찰나의 편안한 시간들이 쌓이면서 뭐가 뭔지 모를 것들로   마음이 조금씩 비워져 갔다. 그렇게 여백이 생기면서 운동과 명상이 즐거워졌고 스트레스를 아웃풋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포털에 ‘균형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라고 나온다. 균형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몸의 균형, 마음의 균형, 인간관계의 균형 . 사람의 마음이란 얄팍해서 쉽게 한쪽으로 치우친다. 그래서 가끔 나의 위치를 점검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어디에  있는지 -


나를 알아가기 전 내 마음속 풍경은 대부분 풍랑주의보였다. 다행히 지금은 잔잔한 바람이 불어서 그 위로 배가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두둥실 떠 있다. 그러다 다시 풍랑주의보가 올 것 같으면 어디선가 경고음이 울린다. 그럼 나는 요가매트를 깔거나 명상 음악을 틀어 대비를 한다. 몸을 이완시키고 나를 바라본다. 내가 오늘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칭찬해 주고 싶은지 - 항상 쉽지는 않다. 늘 긍정적일 수도 없다. 하지만 비바람만 맞고 가기엔 삶이 너무 아까우니 그 누구라도 스스로를 어여삐 여겨 아름답고 균형감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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