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철이 막 지나고 있을 때 찾는 것이 제맛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뜨거운 여름을 북적거리던 그 많은 인파가 빠져나가고 해변을 가득 메우던 상점들은 성공적이었던 여름 영업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시간, 휴가로 여름 장사로 바다를 찾았던 많은 이들이 흘려놓은 아쉬움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그곳이 주는 적당한 어수선함이 좋다.
야간스키는 일요일 저녁이 제맛이다. 주말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갈 무렵의 스키장은 어딘가 여름이 끝날 때의 바다와 닮아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군데도 닮지 않았다. 바다와 산이 닮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때 그 바다의 어수선함이 이곳에도 있다.
오후 스키 영업이 끝날 무렵이면 토요일부터 하루를 넘기도록 징글징글한 리프트 대기줄을 만들어내던 인파가 베이스로 몰려 내려와 집에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스키하우스의 벤치는 신발 갈아신으랴, 아이들 챙기랴, 짐 단속하랴 바쁜 움직임들로 채워져 동작이 느린 사람에게는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는다. 탈의실과 화장실은 생지옥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스키장을 떠나는 과정에 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은 비워진다. 어수선함도 서서히 힘을 잃어간다.
오후를 가득 메우던 인파가 떠나고 나면 이제 월요일 걱정이 없거나 월요일 걱정 따위는 내일로 미뤄둔 사람들이 일요일 야간의 스키장을 지킨다. 직원들에게서는 전쟁 같은 주말의 북새통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안도감과 여유가 느껴지고 이용객들에게서는 한적한 시간을 골라냈다는 성취감이 느껴진다. 것봐 내 선택이 옳았지. 여전히 주말을 정리하는 어수선함은 남아있다. 아주 적당히.
일요일 야간스키 전 조금 일찍 스키장에 도착하여 오후를 정리하는 어수선함의 한편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한두 시간만 지나면 슬로프를 개방하니 살짝 들뜬 채로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2022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