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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버프 Feb 13. 2022

대중교통

자동차는 좋아하는데 운전하기는 싫다. 조금 괴팍해 보이기도 하는데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경치 좋고 쾌적한 곳에서 너무 길지 않게 하는 운전이야 싫어할 이유가 없다만 서울 같은 큰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웬만해서는 운전을 피하려 한다. 아무래도 도시 지역이라 길이 복잡하고 붐벼 운전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주차할 곳을 찾아 해메야할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런 때의 운전은 내게 겹겹이 스트레스일 뿐이다. 그래서 가지고 다녀야 할 짐이 많은 경우나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경우와 같이 차를 가져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니는 편이다.


대중교통 중에서는 지하철을 가장 좋아한다. 꽤나 촘촘한 수도권의 지하철 노선 덕에 가려고 하는 곳이 어디든 어지간해서는 지하철로 갈 수 있다.

지하철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하는 동안 책을 읽거나 독서를 하거나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꽉 막히는 도심의 운전석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이래저래 따분하고 아깝기 그지없는데 지하철에서는 운전석에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

지하철의 내부 구조는  읽기  좋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자리가 있어 앉아서 가든, 자리가 없어 서서 가든 하여간 맞은편에 있는 사람과 서로 멀뚱멀뚱 쳐다봐야만 하도록 되어 있어 특별히 친밀한 사람과 마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강제로라도 무엇이든 들여다보고  있는 쪽이 편하니 독서를 하도록 만드는 환경인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들 보지만 나는 핸드폰보다는 책을 읽는 편이 좋아 외출할   한두 권을  챙겨 나간다. 오히려 집에서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붙들고 있게 되거나 산만하게 시간을 보내게  때가 으니 일정이 바빠 지하철 이용이 잦을 때에 결과적으로 책을  많이 읽게 되기도 한다.


지하철 노선이 미치지 않는 곳을 가거나 한두 정거장의 짧은 거리를 가는 경우에는 시내버스를 타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경우보다는 햇볕과 하늘색이 특별히 좋거나, 비가 오거나, 계절이 바뀌고 있을  그냥   풍경을 보고 싶어서 지하철로 갈 수 있어도 굳이 시내버스를 타게 된다. 하지만 시내버스는 서서 가자니 흔들흔들 팔힘을 써서 계속 버텨야 하고, 앉아서 가기에는 좌석이 넉넉하지 않아 역시 어느 정도 거리가 되는 구간을 이동하기에는 불편하다.


수원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운전하지 말자는 입장이라 장거리 이동도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분당에서 수원은 그러고 보니 꽤 가깝긴 한데 여하튼 그보다 먼 거리를 운전하기는 귀찮게 느껴진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고속버스보다는 기차를 선호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버스 터미널이 있는 반면에, 기차를 타려면 지하철을 타고 수서역까지  정거장을 이동해야 하지만 고속버스 대신 기차를   있다면  정도 수고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장거리 여행에서 고속버스는 책이나 다른 무엇인가를 계속 보면서 가면 멀미가 나는 경험 때문에 지루한 시간을 정말로 지루하게 보내야 해서  좋아하기도 하고 트러블이 잦은   때문에 더더욱 피하곤 한다. 고속도로에서 교통 체증에 걸리고 휴게소는 멀었고 장은 트러블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장거리 버스를 타게  때면 버스에 오르기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잔뜩 예민해진다. 반면에 기차에서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랩탑을 이용해서 일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속이  좋으면 언제든   있는 화장실이 있으니 며칠을  없이 달리는 대륙횡단 기차를 타게 된다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바다를 건너야 할 때는 당연히 비행기를 탄다. 자가용 비행기가 있을 리 없으니 이 역시 요금은 엄청나지만 대중교통이다. 예전에는 비행기에서 몇 시간을 갇혀 있는 일이 답답하고 좀이 쑤셔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언제부턴가 비행기가 집중하기에 꽤 좋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무렵부터 장시간 비행도 싫지 않게 되었다. 비행기의 서늘한 공기와 객실 조명을 소등한 후의 어둠, 그리고 백색소음 수준의 엔진 소리 덕에 비행기를 타게 되는 몇 시간 동안은 장편소설을 읽거나 밀렸던 미드 시리즈물을 보기에 더없이 좋다. 친절한 승무원님들이 콜라와 간식도 챙겨주니 입이 심심할 일도 없다.

하지만 작은 비행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몇 해 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인스브루크까지 아주 작은 터보프롭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프로펠러 소음과 작은 기체의 진동 때문에 책이나 영상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이 그냥 굉장했다.

   탔던 김포공항에서 사천공항으로 향하는 프로펠러 비행기도 도시의 광역버스보다 조금  보이는 아주 작은 비행기였는데 짧은 비행시간이었지만  소음과 진동에 꽤나 시달렸는데 결국 남해안의 해안선을 따라 선회할 때의 절경이 소음과 진동을 모두 덮어주었다. 요컨대 작은 비행기는 집중할  있는 공간 대신에 하늘을 날면서   있는 최고의 풍경을 제공해준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한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두려웠었다. 덕분에 외출을 할 때마다 운전을 해야 했는데 하필 강남과 종로에 일정이 자주 잡혀 서울에서 가장 복잡한 동네들을 운전해서 가려니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지 길거리에 차도 전보다 더 많아진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서 지하철도 버스도 타고 다니긴 하지만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고 또 사람이 너무 많으면 역시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겁이 나기는 한다. 국제선 비행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고 타게 된다 해도 열몇 시간씩 마스크를 쓰고 비행기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면 아직 어딘가 멀리 가기는 꺼려진다. 맨얼굴로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래도 좋은 차는 갖고 싶다.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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