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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라 Mar 17. 2024

해리포터에 나오는 사람? 누구?

미용실 원장님의 권유에 히피펌을 해보았다는 지인의 말에 히피펌에 관심이 생겼다. “정수리부터 뽀글뽀글 되는 펌이에요. 시작부터 뽀글뽀글 내려오는 펌인데, 긴 머리에 해야 쑥 짧아져도 감당이 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줌마 스타일 되는 건 시간문제예요.” 

     

생머리에 대한 로망으로 20년 넘게 늘 쭉쭉 펴는 매직펌만 했던 내게 ‘히피펌’은 그 이름마저도 자유분방한 매력이 느껴졌다. 정수리부터 웨이브가 내려오면 자칫 머리숱 많은 나는 해리포터의 해그리드 아저씨가 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래도,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면서 머리카락을 길러보기로.


1년쯤 지난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기 위해 근처 커피숍에 갔다. 주문받는 여자의 헤어스타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저게 히피펌일까?’ 길게 쭉 뽀글하면서 붕 뜬 그녀의 머리에 시선이 꽂혔다. “혹시 히피펌인가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네, 맞아요” “그렇구나, 잘 어울리시네요. 저도 히피펌 하고 싶어서 지금 머리 기르는 중이 거든요”

“그러세요, 제가 보기에 지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그 정도 길이도 충분해요.” 그녀는 가게 문을 나서는 나에게 머리카락이 손상될 수도 있으니 미용실을 잘 찾아보고 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정도 길이면 충분하다는 그녀의 말에 단골 미용실에 전화했다. 이미 여러 번 미용실 원장님에게 얘기해 둔 터였다. “정말 하시게요? 해드릴 수는 있지만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원장님은 나와 같은 고객들을 많이 보셨다면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게 인생 갈림길의 중대한 선택처럼 여러 번 강조하며 되물었다. “물론이지요.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완전 다른 스타일로 바꿔보는 거요. 무조건 해주세요” 머리 모양쯤이야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꾸면 될 터였다. ‘남편을 바꾸는 일생일대의 선택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그냥 해보는 거지.’ 원장님이 만류하면 할수록 더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비용과 모발 손상이라는 대가를 치르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미용실 가는 날이다.

가느다란 비가 차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산 아래 발걸음은 들썩거렸고, 머릿속에서는 상상 속에 히피펌을 그리고 있었다. 평소 매직펌 같았으면 지루했을 5시간을 기도하는 마음, 아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히피펌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 속의 뽀글이 히피펌이 아니라 너무나 아름다웠다. “원장님! 이거 히피펌 맞나요? 너무 자연스럽고 예쁜데요” 원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히피펌 맞습니다. 고객님이 관리하기 편하게 사선으로 말았어요. 최대한 많이 뜨지 않게 했고요. 어느 정도 뜨는 건 히피펌이라서 감당하셔야 해요.” 


변신 후 첫 출근이다. 사무실의 반응이 궁금했다. 왠지 옷차림부터 신경이 쓰였다. 블랙진에 검정 목티를 입고 재킷을 걸쳤다. 사두긴 했지만, 너무 커서 평소에 끼지 않던 두꺼운 물방울 금장 귀걸이를 했다. 검고 풍성한 긴 웨이브 사이로 큼지막한 귀걸이가 더 멋스럽게 보였다.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우와! 너무 잘 어울려요.”, “히피펌이 그런 거였어?. 잘 어울리네. 나도 머리가 길었으면 한 번 해보는 건데” 뜨거운 반응에 그날의 업무는 무엇이든 오케이로 진행됐다.


다음은 탁구장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운동할 때는 머리를 질끈 묶지만, 오가는 시간만큼은 분명 반응이 확실할 터였다. 탁구장에 들어가자 코치님과 눈이 마주쳤다. “코치님! 저 스타일 바꿨어요” 20대의 시크녀, 코치님은 어떤 말을 할까? “분위기가 다르네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사람 같아요”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톤으로 한마디 하며, 쓱 내 옆으로 지나갔다. ‘아!’ 역시 해드리그 아저씨였던가. 어쩐지 밤이 되자 탱탱했던 머릿결이 부스스해지고 거대하게 ‘붕’ 뜨게 보였다. “그렇죠. 머리가 좀 뜨기는 하죠. 사자머리 같기도 하고요.” “아니에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사람 같다고요. 여자애 있잖아요. 예쁜 애” ‘아! 해리포터 친구 헤르미온느’ 이런 과분한 칭찬이 나오다니. 오늘은 그냥 머리를 풀어헤치고 탁구를 해도 공이 잘 들어갈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나의 변신에 놀랐고, 변신을 위해 1년 넘게 머리를 길렀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20년 넘게 고수해 온 ‘헤어스타일 확 바꾸기’라는 버킷리스트의 완성과 헤르미온느 같다는 칭찬까지, 두 마리 토끼가 내게 왔다.



해그리드 아저씨 &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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