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 Dec 13. 2022

엄마의 고향 검디 -1

배고프다 밥먹자

일요일 아침 5시 50분.

어머니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자고 하신다.  밖은 아직도 밝아지지 않았는데 내가 일어나 꼼지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꾸 배고프다고 하셨다.

냉동실에 넣어둔 소고기 뭇국을 꺼내서 냄비에 넣고 가스불에 올려놓고, 쌀을 박박 씻어 밥솥에 넣고 버튼을 꾹꾹 눌렀다.


“배 고프다. 밥 먹자.”

어머니는 내가 보이니 또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보채셨다.

“엄마, 지금 밥 하고 있어요.”

한참 후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어머니가 벌써 외출 줄 비를 다 마치고 마루에 앉아 계셨다.  앞 산을 보고 계시는 모습이 처 언하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눈은 집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고 계셨다.  

 

“저그,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어머니가 말하는 산에는 나무들이 무성하다. 등산로도 없는 산. 설령 사람들이 등산을 간다고 해도 산이 급격하여 갈 수 없는 산. 사람들이 근접하지 않아 산짐승들만 사는 산. 사람이 있을 리 없고 있다고 해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없는 그런 산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마루에 앉으시면 꼭 그쪽을 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하셨다.

“무슨 사람이 보인다고 하세요? 암도 없는 산이예요.”

어머니는 내 말에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그쪽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으셨다.

“엄마, 밥 먹자.”

밥 먹자는 말에 갑자기 생각난 듯 밥상을 보시며 ‘호오’. 소리를 내며 반색하신다.


우리는 7시도 되기 전에 아침밥을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취와 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