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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천 Jan 03. 2022

당신이 생각하는 CRM은 무엇입니까?

10년 차 CRM마케터가 말하는 CRM 조직이 CRM 하는 법

당신이 생각하는 CRM은 무엇입니까? 내가 면접을 볼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싶어 던지는 질문이다. 면접뿐 아니라, 스타트업 필드의 여러 사람들과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세 글자로 얘기를 나눠보면, 그 정의가 각양각색이다. 가장 많이 듣는 정의는 아래와 같다.   


메시지(Push, SMS/LMS, 카카오톡, 이메일 등) 보내는 것
: 필자가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이 케이스인데, 내부 사람들이 “CRM을 보내달라”라고 말한다.

내부 프로모션(이벤트)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

멤버십 프로그램 만드는 것


CRM은 무엇인가? CRM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인가? CRM 마케터란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브런치의 첫 글을 이 근본적이지만 가장 모호한 질문에 대해, CRM 분야에 10년간 일해 온 나의 생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CRM은 무엇인가? 


고객평생가치(LTV), Cross/Up selling, 객단가, 고객충성도(Loyalty) 등 포탈 검색으로 나오는 CRM에 대한 설명이 물론 있지만, 나는 CRM은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를 ‘선택한 유저(User)’을 최대화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몰입’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란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과거의 CRM과 ‘고객’의 개념이 환경적, 기술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회사에 ‘식별된 사람’, 즉 회원가입을 했거나 돈을 쓴 사람을 고객으로 바라봤다면, 앱/웹 플랫폼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며 회사가 다뤄야 할 고객의 개념도 ‘회사를 인지하고 앱 또는 웹에 방문한 유저’로 확대되었다. 방문한 유저에 대한 경로와 과정에 대한 식별도 가능해져, 방문과 같은 최초의 접촉 시점부터 유저의 니즈(Needs)를 빠르게 파악하고, 좋은 경험과 서비스 제안으로 지속적 경험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CRM의 역할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넓은 CRM의 영역이 그레이존에 있던 미식별 유저까지로 더욱 방대해져 버린 시점이다.




CRM팀과 CRM 마케터는 그렇다면 어떻게 CRM 마케팅을 수행하는가? 


CRM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원칙은 동일하다. CRM 조직이 무엇보다 선행해야 하는 것은 1) 회사와 상품/서비스, 유저를 깊이 이해하고 2) CRM 전략 체계(CRM Strategic Framework)를 만드는 것이다.


[깊이 이해하기]   

산업 내 우리 회사와 상품/서비스의 차별화된 역량은? 약점은?

우리 회사의 상품 및 서비스, 유저의 현황은? 

우리 유저의 Needs와 Pain point는? 
: type A - 우리를 좋아할 것 같은 or 좋아하고 있는 유저에 대한 이해
: type B - 우리를 떠난 or 좋아할 뻔했는데 놓쳐진 유저에 대한 이해  


CRM팀이 이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은 데이터만 들여다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깊이 살피는 것을 필수이지만, 데이터와 고객 및 시장조사(정량, 정성적 조사)와 내부 인터뷰, 회사의 과거 사업이력을 결합하여 인사이트를 설명 가능토록 정리해야 한다. 결국 이해하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가 내부에서 공감 및 동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이해하기 과정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결국 이 과정은 전략 체계의 방향성을 갖기 위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CRM 전략 체계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 목표와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다. 중장기 전략인지, 연 또는 분기별 전략인지에 따라 목표를 표현하는 방식은 선언적일 수도 명확한 숫자일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돈을 얼마나 더 벌 지부터 중장기적으로는 유저에게 회사가 어떤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래 내용은 항상 CRM 전략 체계의 공통적인 기반이 된다.


[CRM 전략 체계 세우기]   

(CRM 목표) 우리의 must do와 must not do는 무엇인가?

( segment 전략) 목표를 위해 우리 유저는 어떤 그룹으로 정의되고 구분되는가?

(segment별 목표) 목표를 위해 우리는 각 유저 그룹을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이해하기 활동은 전략 체계를 정립하는 중에 필요에 따라 꾸준히 반복되며, 이를 통해 전략은 구체화되고 개선된다. 이 전반적인 과정에서 CRM 마케터는 사실상 회사의 깊은 근본적 요소를 파악하는 전문가가 되고, CEO와 준하는 마인드와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진심으로 일하려면 반강제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So What?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CRM 전략 체계를 그렸다면 명확한 종착지와 함정, 보물상자 위치가 그려진 모험 지도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제 실행이 필요하다. 실행을 위한 수단과 방법은 제한이 없고, 가능한 총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래는 몇 가지 예시인데 이 중 1개만 집중할 수도 있으나, 전략 framework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여러 방향이 포괄되는 경우가 더 많고, 그렇기에 CRM 프로젝트는 다양한 관련 분야의 이해관계자와 함께 진행된다.   


[실행하기] 

어떤 변화와 메시지가 그들을 움직일까? (아래 예시로 내려갈수록 속도는 느리나 실행 impact는 크다.) 
: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채널 전략과 메시지 발송
: 플랫폼(앱/웹) 또는 오프라인 신규 서비스 추가 또는 프로세스 개선  
: 신상품 출시 또는 상품 업그레이드
: 제휴를 통한 신규 서비스 론칭 


CRM에 대한 관심은 회사의 규모와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저수가 많아질수록,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회사의 영속성이 필요해질수록 CRM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목적과 방향성에 고민이 없이 실행된 사업이 성공할 수 없듯 CRM 전략을 체계화하고 선명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 되고 끊임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곧 비즈니스 운영의 essence가 되고 회사의 기초체력이 된다. 


CRM 마케터와 CRM팀은 데이터와 직관을 모두 활용하여 CRM 전략이 회사에 A to Z로 녹여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회사의 지표를 모니터링하며 놓쳐진 것을 발굴하고 어젠다를 올리고, 진행한 CRM 캠페인 및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하여 방향성을 조정해야 한다.




극히 발달된 마케팅 환경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겨와 CRM을 정립하고 키우는 도전을 하고 있는데, CRM에 대한 조직적 이해와 공감대의 차이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됨을 느낀다. 수단과 방법을 한정해두고, 서비스와 유저에 대한 이해와 전략방향 없이 자신들이 익숙한 수단과 방법만 사용한다. 이해와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느리다’고 생각하고 당장의 실행에 급급하다. 


스타트업이라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CRM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일단 뭐라도 해보기식 실행으로 CRM을 해보면 (그 시간이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아깝지만) 결국 생각보다 별 진보가 없거나 오히려 제자리 또는 퇴보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반복된 질문이 이어진다. 


"왜 우리 비즈니스 규모가 정체일까? 대규모 마케팅을 했는데 왜 유저가 별로 늘어나지 않았죠?" 


드릴 수 있는 답은 "준비되지 않은 체계로 깜깜이 CRM이 운영되기 때문입니다."이다. CRM에서 요행과 운은 적다. 내가 CRM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브랜드 마케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마케팅의 인과관계가 훨씬 명확하고 설명 가능하다. 요행을 바랐던 과정에서 유저와 고객은 소리 없이 떠났다. 당장 약간의 매출은 났는데 이것이 빙산의 일각임을 모른다. 얻을 수 있었던 더 많은 유저와 더 큰 성장 기회, 그 기회비용은 CRM 조직이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회사는 인지하지 못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와 결과가 나왔을 때, 회사는 결과로 진실을 마주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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