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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천 Jan 14. 2022

퍼포먼스마케터가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

데이터에 갇혀 고객을 잊지 말자


마케팅의 여러 분야 중에서 퍼포먼스마케팅은 숫자, 데이터와 가장 가까운 분야 중 하나이다. 퍼포먼스마케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고객의 반응을 데이터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순간이 많다.


내가 다닌 첫 회사는 특히나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 매우 고도화되었고, 그 수준이 글로벌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니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전부 데이터로 말하고 데이터로 판단되었다. 그리고 나도 데이터로 말하고 측정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렇게 나는 데이터에 갇혀 오만한 착각에 빠져버렸다. 클릭률, 전환율 등이 곧 고객의 마음을 대변하고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곧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두 번째 회사 이직 면접을 볼 때, '우리 회사가 다루는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마케팅하는 것이 괜찮은지?'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받았다. 나는 '퍼포먼스마케터는 결국 데이터로 판단하는 사람이고, 퍼포먼스를 내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맥락으로 대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로 이렇게 믿었다. 



이직 후 일 년 만에 퇴사를 결심한 이유


두 번째 회사로 이직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내가 그동안 단단한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1년이 되지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큰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마케팅하는 서비스/프로덕트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고객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워서'였다. 


입사 첫 주에 전사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강아지를 마케팅하는 줄 알고 이직했는데 고양이를 마케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고양이로 광고 소재를 기획하고, 고양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리 고양이 많이 봐주세요'라고 광고를 돌린다고 한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어디에 모여있고, 어떻게 타겟팅을 하고, 어떤 소재로 데려올 수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고양이를 경험해보고, 고객들이 왜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끝내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지는 못했다. 유저들이 고양이를 왜 좋아하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고, 고양이를 광고하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 성과는 잘 나왔지만 일이 즐겁지 않았고, '내가 고양이를 좋아했다면 더 좋은 성과가 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관심과 공감


퍼포먼스마케팅도 마케팅의 방법론 또는 분야 중 하나이며, 마케팅의 핵심은 결국 '고객'이다. 고객의 반응이 숫자, 데이터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데이터로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 프로덕트,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 알고 싶은 시장과 프로덕트일 때 더 깊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제는 '회사가 다루는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이직할 회사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도 스스로에게 되뇌려고 노력한다.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결국 고객을 더 깊게, 제대로 이해하자. 우리 회사의 프로덕트와 서비스, 그리고 시장을 더 잘 이해하고 마케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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