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스트 Jul 19. 2024

왜 자꾸 부재중 전화를 남길까?

   또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다.

   A 5월X일 9월X일 12월X일


   A는 부재중 전화를 또 남겼다.

   그의 전화는 벨소리나 진동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1초도 안되게 깜빡하고 바로 끊어진다. 처음에는 진짜 부재중 전화인 줄 알고 콜백을 했다.


  '전화하셨네요?'

   그때마다 그는 잘못 눌렀다는 말로 넘어갔다. 그리곤 잠시 근황 토크를 하다 끊곤 했다.


   그러다 내 시야에 있던 내 전화기에 벨이 울리기도 전에 전화 왔다는 화면이 나타났다 바로 꺼질 만큼만 전화가 오는 것을 봤다. 그걸 몇 차례 반복하여 목격하니 그의 의도는 전화 걸기가 아닌 부재중 전화 남기기 같았다.


   그의 말처럼 아이폰은 최근 통화목록을 건드리기만 해도 전화가 걸린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통화목록을 실수로 터치했다고 하기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통화목록 저~~ 아래에 있거나 또는 목록에 없을 내 번호를 잘못 누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괴현상(?)의 패턴을 알고 싶은 생각에 그의 이름 옆에 부재중 전화가 있던 날짜를 저장해 두었다. 그래서 그의 부재중 전화가 올 때마다 반복되는 간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왜 부재중 전화를 남길까?

   나는 작년부터 콜백 call back을 하지 않는다.


   기분이 언짢아졌기 때문이다.

   전화를 잘못 눌렀다면 수신자에게 문자를 남기는 것은 예의라고 생각한다.(한두 번도 아니고)


   여기저기 부재중만 뿌려놓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을 즐기나? 아니면 통 연락하지도 않고 선물도 거절하는 내 의중을 떠보려고 하나? 자신은 꾸준히 연락했(는데 네가 무시했)다는 걸 인증이라도 해두려는 걸까?


야 이C&*(^&*$%^&$$^&#$^&%^*(&*())()_*)_*()!!!


   10여 년 전 B의 소개로 A를 알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서 볼 수 없던 시야가 열리는 듯했다.


   그가 알려준 솔루션으로 내 사업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솔루션을 새롭게 응용을 했고, 그 방법을 A와 나누며 함께 사업 확장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다 C가 등장했다.

   C는 A와 나에게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C는 아주 그럴싸한 언변으로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공작새처럼 자기를 돋보이게 하거나, 직원들을 충신으로 만들(가스라이팅하)거나,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능력도 있었다.


   C를 잘 아는 이유는 선배였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별로인 인간이라 멀리하고, 잊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근 20년 만에 만난 C는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잠시 헷갈렸는데 만나면 만날 수록 사람은 안 바뀐다는 생각이 들어 막판에 나는 발을 뺐다.


   A는 자기가 공들여 만든 좋은 솔루션 다 버리고 C가 추구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A는 과거로 돌아갔다. 사실상 C의 밑에서 '열심히(오래 힘들게)' 일한다.


   그동안 A가 은연중에 내비쳤던 자신의 갈증을 C가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동안의 A가 흘린 말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그런 것 같다. A는 그 갈증을 따라간 것이다. 물론 그는 그의 선택을 할 수 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관계를 한동안 유지했지만, 서로 닮아가는 건지 언젠가부터 C를 싫어하던 이유가 A에게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A도 애초에 C 같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불편함과 낯섦을 느꼈고, 나는 A에게서 한 걸음씩 멀어지기로 했다. 콜백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A 5월X일 9월X일 12월X일 7월X일


   그의 이름에 날짜를 추가했고, 콜백 하지 않는다.

   물론 A 역시 어떠한 메시지도 남기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