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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Dec 06. 2024

햄버거 먹으러 고속도로를 타다.

드디어

   햄버거 먹으러 왔다.

   이게 무슨 대수인가 싶겠지만 “나에겐” 정말 큰 변화다. 가족과 함께라면 어디든 자주 가긴 하지만 혼자서 뭘 먹으러 “굳이 운전해서” 멀리 나오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친구를 만나러(친구도 없지만) 멀리 가지도 않고 골프나 낚시 같은 취미를 하러(취미도 없지만) 혼자서 멀리 운전하는 일은 나에게 없다.


   개인 시간이라 봐야 출퇴근 동선에 있는 커피숍이나 목욕탕이 전부다. 그런 20년 관성을 깨고 왕복 한 시간 거리를 좋아하는 버거집에 혼자 다녀오다니.


   그것도 무려 고속도로를 타고.

   사업소로 차를 맡기러 간 적을 빼고 근 10년 안에 혼자서 고속도로를 탄 적도 없다. 그 10년 전 고속도로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하…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건가.

   그동안 나 혼자의 시간은 집과 사무실 등의 업무 동선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큰 차를 작은 전기차로 바꾼 덕인지 움직임이 다소 가벼워졌다. 그동안 나를 누르고 있던 건 내가 소유하길 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https://brunch.co.kr/@jaemist/647


   역시 나를 바꾸고 싶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


   글을 쓸 틈이 없을 정도로 최근에 바빴다.

   몰아치는 일을 몇 주에 걸쳐 해결하고 밖에 일처리 하러 나왔다가 이런 여유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내친김에 출근 방향의 반대로 핸들을 꺾었다.


   1인 기업

   혼자서 사업한 지 이제 곧 20년이다.


   직장인들은 사람과 부대끼며 일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 하지만 나처럼 오래 혼자 일한 사람들에게는 일부분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혼자서 일 하는 자유도 있지만 그만한 고독감은 동반 상승 한다. 그래서 자주 찾는 식당이나 카페의 사장들과 대화를 트고 지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버거집 사장부부와 이야기 나누고 그곳 단골 외국인 손님과도 처음 말을 섞고 왔다. 세상 진짜 좁은 게 남자 사장은 사촌동생 대학후배고 외국인은 내 절친(외국인)과 아는 사이였다.


https://brunch.co.kr/@jaemist/553


   이 친구에게는 아직도 전화를 못하고 있다.

   친구가 그리운 건지 과거를 미화하는 건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15년 넘게 연락을 끊다가 이제 와서 연락하고 싶은 순진한(뻔뻔한) 나를 낯설어하거나 불쾌해 할지도 모르는 그의 태도가 가장 큰 고민이다.


   법륜스님 말씀대로 좋은 건 얻고 싶은데 또 싫은 건 버리고 싶은 잔꾀가 들어서 그런 거겠지.


   최근에 와이프도 고등학교 때 절친을 우연히 SNS를 찾아 연락을 하고 만났다고 한다. 몇 번을 만나면서 서로의 삶의 궤적이 다른 걸 느끼고 자연스럽게 만남 회수가 줄었다고 한다.


   뭐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별 일 아닌듯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으나 괜히 삶의 안정을 깨고 연락한 건 아닌가 하는 불편함도 든다. 생각이 많다. 생각 많은 게 좋은 건 아닌데.


   이것도 일이고 사업이라면 짧게 고민하고 결론을 금세 내려버렸을 텐데 역시 인생은 어렵다. 잔꾀를 부려 그런가?



   자주 산책하는 천의 이 징검다리 길을 보면서 다른 선택을 한 것 같지만 도착한 곳은 매 한 가지였던 예전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 앞에서 머뭇거렸던 시간과 고민이 무색할 만큼.


   상대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한 일생일대의 결혼도 대단한 착각이었다. 그래도 잘 맞춰가며 사이좋게 잘 살고 있는데 ㅋㅋㅋ


   음, 신중함으로 포장한 잔꾀에 불과하다.

   뭘 머뭇거리나.

   인생사 그냥 맞춰가면 되지.

   연락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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