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Oct 07. 2023

당근마켓 인턴 준비 과정

당근마켓에서의 1년 (1)

퇴사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관련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아 도움이 될까 올려본다.

나는 2022년~2023년 사이 1년간 PM 인턴으로 재직했고, 지금은 퇴사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따라서 정규직, 다른 직군, 다른 시기의 사람들과는 경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이 글은 당근마켓 자체에 대한 글이라기보다는 내 경험을 개인 감상을 듬뿍 담아 작성한 글로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이번 글에서는 지원에 대한 이야기만 다룰 예정이다.





당근 지원 이유

디자인 전공이던 나는 검증할 수 없는 시안을 몇 백개씩 그리는 생활에 싫증이 나있었다. 몇 달간 리서치하고 고생고생해서 기획한 서비스여도 이게 진짜 워킹할지를 전혀 알 수 없었고 (실제 사용자가 없었기에) 포트폴리오에서 진짜 개쩌는 서비스예요!라고 주장하면서도 그 이유를 수치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음에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실무를 해야겠다, 데이터를 좀 봐바야겠다'라는 한 가지 목표로 휴학을 해버렸다.

휴학을 하자마자 시드투자만 받은 창업팀에서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했고,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내 부족함이 손으로 만져지기 시작해, 실무가 아니라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디자인을 넘어 데이터나 개발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던 중, 정말 우연하게 당근에서 PM인턴을 뽑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사업 PM 인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고, 팀에 디자이너가 없어 어느 정도 디자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설명까지.

데이터에 목말라있었고, 디자인 전공이지만 기획을 더 잘한다고 생각하던 당시 나에게 딱 맞는 공고였다. 공부를 하겠다고 포폴 정리도 하나도 안 해둔 상태였지만, 혹여나 공고가 내릴까 싶어 거짓말 안치고 하루 만에 정리해서 지원했다.




지원 당시 스펙

앞서 말했듯이 지원 당시 내 스펙은 창업팀 5개월 말고는 딱히 없었다. 심지어 그 회사는 계약만료 이후 투자 문제로 출시를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디자인을 눈에 띄게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대외활동 내역도 없었기에 코로나의 황금인턴에 지원하기에 스펙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인턴도 인턴을 위한 경력이 필요한 세상...


심지어 나는 PM에 지원하면서도 PM경험이 전무하고, 비즈니스 이해도도 높지 않은 상태였다. PM이 뭔지도 지원하면서 쳐봤다. 그럼에도 내가 합격했던 이유는 무엇일지 곱씹어보며 지원 과정을 공유한다.




서류 준비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시 채용이었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가 지원했을 때 회사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아래 세 질문에 초점 맞추어 서류를 구성했다.

1. 디자인 전공인데 PM에 지원한 이유 (와 더불어 PM이 뭔지 제대로 알기는 하는지)
2. 해당 신사업에 지원한 이유 (당근의 네임밸류만 보고 온 것은 아닌지)
3. 다른 지원자보다 내가 잘하는 것



1. 디자인 전공인데 PM에 지원한 이유 (와 더불어 PM이 뭔지 제대로 알기는 하는지)

먼저 PM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사전조사를 하고 나만의 언어로 역할을 재정의해보았다. 그 정의를 바탕으로 나는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마인드맵을 그려보면서 매력적인 키워드를 뽑았고, 디자인을 전공하며 느꼈던 갈증과 연결 지어 PM 지원 동기를 구성했다.



2. 해당 신사업에 지원한 이유 (당근의 네임밸류만 보고 온 것은 아닌지)

당시 채용공고에는 어떤 신사업인지 명시가 되어있었다. (현재는 닫은 사업이라 명시하지 않겠다) 그렇기에 왜 그 신사업에 지원하는지, 내가 얼마나 관심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사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당근에 대한 관심으로 지원했을 거라 생각했고, 차별점을 두기 위해 해당 사업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물론 당근에 대한 관심도 표현했다.)


해당 신사업에 대해 리서치를 한 뒤, 4시간 정도를 잡고 아래와 같은 구성으로 개선안을 만들었다. 

- 해당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 당근은 왜 이런 사업을 하는지 (당근이 사업을 통해 얻는 이점)
- 사용자가 사업을 통해 얻는 이점 (니즈)
- 사용자들의 만족도
- 문제점
- 개선안
- 기대효과
당시 준비했던 개선안



3. 다른 지원자보다 내가 잘하는 것

1. 디자인
2. 기획
3. 창업팀 경험
4.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솔직히 이렇다 하게 보여줄 뛰어난 능력은 없었기에 가진 것을 최대한 다 보여주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채용 공고에서 디자인 역량을 원했고, 개인적으로 기획에 강점이 있는 디자이너라 생각했기에 기획을 탄탄하게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자소서에는 창업팀 일원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경험과 개발자 협업 경험이 많음을 어필했다.


위 내용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는 50장 정도 되었고, 자소서는 지원 동기를 중심으로 1장, 이력서는 활동 내역과 스킬 위주로 1장으로 만들었다. (당시 포트폴리오는 선택, 자소서는 자유 양식이었다.)




그렇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열심히 치장한 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마치 내 이력서와 포폴 같은..




면접 준비

정말 간절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상시 채용이라 그런지 서류 제출하고 다음날 저녁에 합격 메일이 왔다. 


며칠 뒤에 바로 면접을 봐야 해서 면접 준비 또한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질문을 먼저 생각해 보기보다는 내가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먼저 적어보았다. 예를 들면, 내가 주도적으로 갈등을 해결했던 경험이라던지, 협업에서 어려웠던 점, 나는 어떤 커리어패스를 그리고 있는지 등 지원자로서 매력 있게 느껴질 이야기들을 먼저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예상 질문들을 하나씩 나열해 보고 작성해 두었던 이야기들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하면 어떤 질문이 나와도 내가 보여주고 싶은 차별점을 어필할 수 있고, 준비하지 않은 질문이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관련 있는 일화를 빠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상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지원동기 (당근과 PM, 신사업에 대한 지원동기 모두 준비)
2.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
3. PM에 대한 이해도
4. 협업 경험 (개발 협업)
5. 당근에 대한 나의 생각
6. 당근에서 하고 싶은 일
7. 포트폴리오 리뷰 (특히 내가 준비한 개선안에 대해)




면접

면접은 비대면으로 한 분의 면접관과 진행했다. 미리 고지받은 면접 시간은 약 30~40분이었는데 실제로는 1시간을 넘게 면접을 봤다. 질문이 예상한 범주에서 많이 나와서 크게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마지막에 몇 명이나 지원했냐는 물음에 답변해 줄 수 없다고 하셔서 갑분싸가 된 것 빼고는 분위기도 편안하고 좋았다. 준비를 많이 하진 못했지만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떨어져도 미련이 없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생각할 때 즘 합격 메일이 왔다. (지원 - 다음날 저녁 결과 - 2일 뒤 면접 - 다음날 아침 결과로 1주가 채 되지 않은 기간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이때 유럽 갔을 때 빼고 제일 기뻤던 것 같다 ㅋㅋ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를 하고, 예상치 못한 1년을 보내게 된다. (원래 인턴 기간은 3개월이다.) 1년 동안 정말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며 힘들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고 많이 웃으며 소중한 기억과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입사 후 1년 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내가 느꼈던 당근의 문화 등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글에 당근과 당근마켓이 혼용되어 있는데, 현시점 기준 정식 명칭은 '당근'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나 댓글 주세요. 가능한 선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