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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맘 찐약사 Jan 09. 2022

자꾸만 발사되는 나의 모유. 내 가슴 물총인가?

모유수유 중 컥컥거리며 우는 아기, 사출 반사

젖 물리는 방법과 수유자세가 교정됐을 무렵, 쭈니가 그새 성장을 하고 힘도 늘었는지 젖을 '앙'하고 제대로 물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쭈니와 내가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대로 쉽게 24개월 완모까지 쭉-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뿜뿜 솟아올랐다.


쭈니가 힘차게 젖을 빨 때마다 꿀떡꿀떡 모유를 목 뒤로 넘기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실제로 젖을 잘 먹고 있는지 안 먹는지는 아기가 모유를 먹는 소리로 알 수 있다. 분유 수유는 젖병을 통해 수유량을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모유 수유는 수유량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은 아기가 배불리 먹었는지 궁금하고, 어떨 땐 답답하기까지 하다. 아기가 쉬지 않고 꿀떡꿀떡 소리를 내고 먹거나 적당한 시간 동안 수유를 했거나, 혹은 다 먹은 뒤 엄마의 가슴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면 그 식사는 아기에게 완벽한 식사였던 셈이 된다.


젖먹다 수유쿠션 위에서 그대로 잠든 쭈니


나와 쭈니의 평온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힘차게 젖을 물었다. 그렇게 1분을 먹었을까. 쭈니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빼더니 얼굴이 시뻘게지고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울기 시작했다. 잘 먹던 애가 이러니 이유를 알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울기만 하고 젖을 빨지 않으니 너무 답답했다. 젖을 안먹고 이렇게 울기만 할 경우, 신생아 시절에는 충분히 모유를 먹지 못했다 하더라도 젖병으로 보충 수유가 가능해서 다행이었으나, 시간이 가고 엄마 젖에 길들여지고 나니 젖병 거부가 찾아와 이젠 직수 아니면 방법이 없었다. 젖을 잘 물어야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젖을 물지 못하고, 젖병도 물지 못해 본의 아니게 쭈니를 굶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쭈니가 자꾸만 고개를 뒤로 빼는 상황이 반복되니 이 부분이 학습이 되어 이젠 젖만 가까이 대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제발 쭈나, 말 좀 해줘...!'


처음엔 젖을 제대로 못 물려서 이러나 싶었는데, 제대로 물렸는데도 자지러지게 우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젖량은 계속 늘어나고 아기는 잘 먹지 못하고, 또 아기가 잘 먹지 못하니 젖이 그대로 고여있게 되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결국 젖몸살 직전까지 가서 모유수유 클리닉을 방문해서 상담과 마사지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쭈니의 이유 없는 젖 거부의 원인은 바로 '사출'이었다.






'사출'이란 젖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정확한 표현으로는 '사출 반사'라고 한다. 아기가 젖을 빨게 되면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과 더불어 자궁수축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도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엄마의 유방에서 젖이 뿜어져 나오는 사출 반사를 일으킨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출산 후 자궁수축을 도와 원래의 크기로 쉽게 돌아가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오로'도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 또 모유수유 시간 동안 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서로 애착 형성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기가 젖을 빨게 되면 양성피드백 기전에 의해 호르몬인 프로락틴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더욱 촉진되게 된다.


모유수유 시 사출 반사가 잘 일어나야만 아기가 먹는 젖량도 많아지고, 아기가 젖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된다. 사출 반사는 수유 내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보통 수유 초반부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일어난다. 수유 시 전기가 통하듯 가슴이 찌릿찌릿함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때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떨 땐 아기 입으로 '쏴-'하는 소리를 내면서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아기가 젖을 잘 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사출 반사'라면서 왜 쭈니는 사출 반사 때문에 젖을 잘 먹지 못했던 걸까? 이는 젖 울혈 때문에 생긴 '비정상적인 사출 반사'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사출 반사가 일어나면 일정한 방향으로 젖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아기도 이를 알고 입안에 젖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3-4번 빨았다가 한꺼번에 삼키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늘어난 젖량과 아직 쭈니가 어려서 잘 먹지 못하는 상황이 겹쳤고 이로 인해 매 수유시간마다 젖이 잘 비워지지 못한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유방에 젖이 자꾸 고이게 되어 젖 울혈이 발행했다. 여러개의 유관 중 불특정 부분이 막히다보니 알수없는 방향으로 사출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쭈니의 입안에서는 젖이 중구난방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젖이 목젖 뒤로 넘어가기도 하고 입천장을 치기도 하니 자꾸만 컥컥거리고, 결국 겁을 먹어 젖을 거부하게 되었다.


말을 못 하는 아기라 모든 것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기들인데, 젖을 못 먹는 상황이 배고픔과 뒤섞여 쭈니의 울음과 짜증이 극도에 달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유수유 클리닉에서 유방마사지를 받고, 젖 울혈을 해결하고 오면 쭈니가 젖을 잘 먹었다. 그렇게 알게 된 해결책은 수유 전 젖을 조금 짜내는 것. 쭈니가 먹는 양보다 모유가 생성되는 양이 많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 시기에 젖 울혈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유 전 젖을 조금 빼주고 쭈니에게 젖을 물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속에 있는 젖은 내가 쉽게 뺄 수 없고 쭈니가 빨면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유 전에 미리 겉에 있는 젖을 빼주는 것이었다. 젖을 빼낼 때 유축기보다는 손으로 직접 짜내는 것을 추천받았다. 유축기 사용으로는 미세 유관에 고인 젖은 잘 안 빠지므로 쭈니가 빠는 자극과 비슷하게 손으로 직접 모유를 짜라고 안내를 받았다.


이 해결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유 전 쭈니는 배고프다고 오만가지 인상을 하고 울고 있는데, 바로 수유하지 못하고 젖을 빼내야 하는 상황. 특히 새벽 수유 때는 비몽사몽이지만 정신줄을 붙잡느라 식겁했다. 수유시간에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나 생각이 들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분유 수유를 하고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짓을 하고 있나...'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수유해도 모자란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과연 잘하는 일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결국 내 젖량과 쭈니가 먹는 양이 균형을 이루고, 이 문제도 사라지게 되었다. 더 이상 젖 물리기 전 젖을 안 빼내도 되니, 수유시간의 질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현상을 경험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모차에서도 떨어질 것 같은 엄청난 허리 힘으로 짜증내고 울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ㅠㅠ

 

80일 무렵, 수유가 끝난 후 두 손을 포개고 내 가슴에 코를 박고 행복한 표정으로 단잠에 빠진 쭈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 컷


알다가도 모를 모유수유의 세계... 모유수유는 나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고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모유수유의 과정은 돈 주고도 경험 못 할 값진 경험이다.   






그림 출처 : '옥시토신'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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