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리디언 Apr 27. 2024

피신일기

공사중이라 피신 갑니다

롱거이 (Longueuil)



이른 아침부터 드릴돌아가는 소리에 우리의 벽이 뚫어질것만 같았다.
아파트회사가 아무런 안내없이 공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1926년에 지어진 거이 100년이 된 건물이다.
하여 매년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외벽공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된듯하다.
지어진지 오래된 만큼 건축양식도 특이하고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라 고치는것도 꽤나까다롭다. 


몬트리올에서  오래된 헤리티지 빌딩을 고칠때는 시의 허가를 받고 외관을 마음대로 변경해서는 안된다. 건축자재를 건물 건축당시의 것을 구할 수  없으니 외관에 사용되는 디자인은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오래되고 역사적으로 가치를 가진 건물을  보수하는데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시간도 몇 배나 든다.


 우리 아파트의 외벽은 빨간 벽돌로 되어있는데 이 벽돌  사이사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파손되어 벽돌 하나하나를 빼고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거의 자택근무로 바뀐 나와  남편은 하루종일 벽을 뚫어되는 드릴 소리에 일을 제대로 할 수 가 없었다. 하여 피신을 가기로 했다. 다행히 여름이라 야외에서도  조용하고 경치가 좋은 장소만 찾는다면 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이번참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탐험하기로 했다.



여름이니  시원한 강이나 바다가 가 보고 싶어졌다. 10여년동아나 산 곳인데 한번도 세인트로렌스강(Saint Lawrence River)을   즐겨보지 못해서 배를 한 번 타는 것은 어떤가하여 인터넷 서치를 시작했는데 배값이 만만치 않았다.그러다 우연히 올드몬트리올(Old  port)에서 롱거이(Longueuil)까지 출퇴근하는 셔틀 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격도 다른 유람선에 비해 싼  편이다. 편도가 $5.50. 유람선이나 셔틀 배나 어찌되었던 강 한 가운데를 지나니 강에서 바라보는 몬트리올 시를 보는 것은 매  한가지다 싶어 오늘의 행선지를 이곳으로 정했다. 표를 사러 매표소에 갔더니 카드기계가 망가져서 현찰로 표를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순간 당황해 하면서 지갑을 열었더니 다행히 10불짜리 지폐가 있어서 그것을 내고 잔돈을 챙기려 하니 그냥 10불만 받겠단다. 난  왠 횡재인가 싶었다. 선착장에 나가 보니 내가 가려고 한 롱거이(Longueuil)뿐만 아니라 다른 곳을 가는 셔틀 배들이  있었다. 몬트리올 섬 밖에 사는 사람들이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교통카드(OPUS)로도 배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다. 오래 살았지만 이런 교통시스템이 있는지는 몰랐다. 


대기 장소에는 각양의 사람들이 서있었는데 특별히 자전거를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정년퇴직(Retire) 한 시니어분들이 취미로나 동호회로 자전거를 타러 가시는 것 같았다.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여행객들도 보였다. 배 안은 유람선처럼 와! 할만한것은 아니지만 나름 쾌적했다.

5분쯤 되었을까, 중간 지점인 생 헬렌느 섬 (Île Sainte-Hélène)에 도착했는데 관광객으로 보였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을 뿐 새로 입선하는 손님은 없었다. 그로 20분쯤 배는 세인트로렌스강(Saint Lawrence River)을 달려 목적지인 롱거이(Longueuil)에 도착을 했다. 여름 특유의 맑은 날씨로 인해 햇살마저 따갑게 느껴지고 뱃길에 부서지는 물살위로 햇빛도 함께 부서져 보석같았다. 물먹은 바람이 살갗에 닿았지만 끈적임보다는 오히려 상쾌했다. 얼마만에 배를 타보는건지... 놀이기구 타는 아이처럼 난 갑자기 순수해지고 온전히 배타는 일에 집중되어있었다. 오늘 첫 피신지는 성공적이었다.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해보시길 추천. 아래에 링크달아놓았어요

https://www.oldportofmontreal.com/maritime-services/river-shuttl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